깎아지른 듯한 거대한 석회암 절벽이 병풍처럼 바다를 감싸 안고, 그 아래로 믿기지 않을 만큼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 바로 태국 안다만 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피피섬(Ko Phi Phi)입니다.
영화 '더 비치'의 배경으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이곳은, 단순히 예쁜 바다를 넘어 배낭여행자들의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특별한 공기를 가진 곳인데요.
제가 직접 뙤약볕 아래서 땀 흘리며 뷰포인트에 오르고, 보트를 타고 스노클링투어를 하며 느꼈던 피피섬의 진짜 매력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피피섬의 매력 :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안다만의 낙원
피피섬은 태국 남부 팡아만 해상에 위치한 6개의 섬을 통칭하는데, 우리가 실제로 머물고 즐기는 곳은 주로 피피돈(Phi Phi Don)과 피피레(Phi Phi Leh)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는 섬'이라는 점이에요. 섬 전체가 도보로 이동 가능한 규모라 소음 대신 파도 소리와 사람들의 활기찬 대화 소리가 섬을 가득 채웁니다. 낮에는 세상 어디보다 평화로운 휴양지 같지만, 밤이 되면 톤사이 마을(Tonsai Village)을 중심으로 화려한 불쇼와 음악이 흐르는 열정적인 파티의 장으로 변하는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 '더 비치'의 배경으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탄 이곳은, 단순히 예쁜 바다를 넘어 배낭여행자들의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특별한 공기를 가진 곳입니다.
특히 2026년 현재, 생태계 회복을 위해 한동안 폐쇄되었던 마야 베이(Maya Bay)가 다시 문을 열면서 그 신비로운 자태를 다시 뽐내고 있습니다. 산호초가 복원되어 더욱 맑아진 물속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가득한데요. 사실 관광객이 많아 북적이는 건 사실이지만, 아침 일찍 롱테일 보트를 타고 나섰을 때 마주하는 그 고요한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 내가 정말 낙원에 와 있구나" 하는 깊은 감동을 줍니다. 시끌벅적한 배낭여행자의 활기와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의 웅장함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피피섬은 꼭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꼭 해야 할 스노클링투어 : 오전과 오후 중 언제가 나을까?
피피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선택이 바로 스노클링 투어 시간대입니다. 오전 일찍 출발하는 투어와 오후에 시작해 밤바다까지 이어지는 투어,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는 크라비에서 피피섬으로 들어가 푸켓으로 나오는 일정을 짰기 때문에 다음 날 이동을 고려해 오전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오후 투어의 경우 밤바다에서 생물 발광 플랑크톤을 볼 수 있다는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여기서 생물 발광 플랑크톤이란 어둠 속에서 푸른빛을 내며 빛나는 미세한 해양 생물로, 물속에서 움직이면 반짝이는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합니다. 하지만 현지 여행사 직원이 솔직하게 말해준 바로는 날씨와 해류 조건에 따라 플랑크톤을 못 볼 확률도 상당하다고 했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오후 투어가 약 200~300바트 정도 더 비쌌지만 확실한 경험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 선택을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오전 일찍 출발하는 투어를 선택했었고, 이 결정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아침 8시쯤 출발한 롱테일 보트를 타고 마야 베이와 필레 라군을 돌았는데, 관광객이 몰리기 전 고요한 바다를 독차지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특히 필레 라군에서의 스노클링은 제 여행 중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연 수영장 같은 이곳에서 형형색색의 열대어들과 함께 수영하며 수중 가시거리가 15m 이상 확보되는 맑은 바다를 경험했습니다.
투어 예약 관련해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미리 비싼 돈 주고 온라인 예약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섬 안에는 수십 개의 여행사가 밀집해 있고, 저녁 시간대가 되면 남은 자리를 채우기 위해 가격을 낮춰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도착 당일 저녁 6시쯤 3~4곳을 직접 방문해 가격을 비교했고, 처음 제시받은 가격보다 약 400바트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성수기에는 좋은 시간대의 투어가 일찍 마감될 수 있으니, 도착 즉시 저녁에 여행사를 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뷰포인트 등반과 숙소 위치, 정말 중요할까요?
피피섬 뷰포인트는 섬의 상징과도 같은 곳입니다. 과연 힘들게 올라갈 가치가 있을까요? 저는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날씨가 좋다면 반드시 올라가야 합니다. 제가 오른 날은 다행히 맑은 날씨였고, 약 25분간 가파른 계단을 올라 정상에서 피피섬을 바라보았을 때의 기억이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뷰포인트로 가는 길은 경사도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피피섬 뷰포인트는 일부 구간이 40도를 넘어 초보 등산객에게는 제법 힘든 코스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천천히 자기 페이스대로 올라가면 충분히 정복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피피섬의 독특한 지형은 마치 개미허리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모양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코발트블루 바다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 광경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입체감과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등반 시 준비물로는 다음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 충분한 양의 생수 (최소 500ml 이상)
- 땀을 흡수할 수 있는 작은 수건
-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운동화
- 선크림과 모자 (그늘이 거의 없습니다)
숙소 위치 선택도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피피섬은 자동차와 스쿠터가 다니지 않는 섬이기 때문에, 항구에서 너무 먼 곳에 숙소를 잡으면 무거운 짐을 손수레나 직접 들고 이동해야 하는 고생을 하게 됩니다. 저는 실제로 이 부분을 간과했다가 30kg 가까운 짐을 끌고 좁은 골목길을 20분 넘게 걸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만큼은 "왜 항구 근처 숙소를 안 잡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이상적인 숙소 위치는 톤사이 선착장에서 도보 10분 이내 거리입니다. 이 정도 거리면 짐 운반도 수월하고, 저녁에 해변가를 산책하거나 식당을 찾아다니기에도 편리합니다. 피피섬의 물가는 육지보다 확실히 비싸지만,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작은 식당에서는 팟타이나 쏨땀 같은 태국 현지식을 합리적인 가격(80바트 ~ 120바트, 약 3,000원~4,500원)에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숙소 근처 골목 안쪽에 있는 이름 없는 현지 식당에서 먹었던 망고 스티키 라이스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스쿠버 다이빙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샵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이빙 자격증인 PADI 오픈워터 코스를 취득할 수도 있는데, 이는 수심 18m까지 잠수할 수 있는 기본 자격증을 의미합니다.
섬에서 머무는 기간은 최소 2박 3일을 추천하며, 하루는 오전 스노클링 투어로 바다를 만끽하고 오후에는 뷰포인트 등반이나 해변에서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 피피섬의 진짜 매력을 느끼는 방법입니다. 첫째날과 세번째날은 배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피피섬은 단순히 예쁜 사진 한 장 찍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최소 이틀은 머물면서 섬의 리듬에 몸을 맡겨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인(크라비)과 아웃(푸켓)을 다르게 설정해서 두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루트를 짜면 훨씬 알찬 일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피피섬이라는 작은 낙원에서 보낸 시간은 분명 여러분의 여행 인생에서 특별한 한 페이지로 남을 것입니다. 날씨 좋은 날 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땀 흘려 올라간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저 광활한 안다만 해의 풍경을 마주한다면, 여러분도 제가 느꼈던 그 벅찬 감동을 고스란히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