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하면 방콕의 야시장이나 푸켓 해변, 조용한 치앙마이를 떠올리시나요?? 하지만 태국에는 수억 년 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한 태국의 숨겨진 '쥬라기 공원'이 있습니다.
에메랄드빛 호수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석회암 절벽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 중 하나인 카오속 국립공원(Khao Sok National Park). 진정한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Unsplash의 Robin Noguier
카오속 국립공원, 1억 6천만 년 전 지구를 만나다
카오속 국립공원(Khao Sok National Park)은 태국 남부 수랏타니 주에 위치한, 무려 1억 6천만 년 전부터 형성된 열대우림 지역입니다. 실제로 이곳은 아마존보다도 더 오래된 원시림으로, 생물 다양성이 극도로 높은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저는 방콕에서 수랏타니까지 밤기차를 타고 약 9시간을 이동했습니다. 역에 내려서 카오속으로 향하는 미니밴을 타고 다시 2시간을 달렸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점점 달라졌습니다. 도심의 소음이 사라지고,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푸켓이나 크라비에서 출발해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데, 한국 관광객은 정말 보기 힘들고 서양 여행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곳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1982년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치오란 호수(Cheow Lan Lake)입니다. 호수 면적만 165㎢에 달하며, 수면 위로 솟아오른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Karst Topography)이 압도적인 절경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치오란 호수에서 가장 놀랐던 건 그 고요함이었습니다. 휴대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깊은 정글 속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물안개와 절벽의 실루엣만이 존재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Rafflesia)를 비롯해 야생 코끼리, 긴팔원숭이, 다양한 희귀 조류가 서식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지구의 태초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치오란 호수 당일 보트투어, 17만원의 가치
카오속을 방문했다면 반드시 해야 할 투어!! 바로 치오란 호수 당일 보트투어입니다. 아침 일찍 숙소 앞에서 미니밴이 픽업을 와서, 약 30분 정도 현지 시장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시장에서는 여행자들이 간단한 간식이나 음료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떠나 다시 밴을 타고 약 1시간을 달리면 호수 입구에 도착합니다. 거기서부터는 롱테일 보트(Long-tail Boat)를 타고 호수 깊숙이 들어갑니다. 롱테일 보트란 태국 전통 방식의 긴 프로펠러 샤프트가 달린 나무 보트로, 얕은 수심에서도 운행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보트는 최소 1시간 이상 호수를 가로지르며 달렸는데, 그 시간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에메랄드빛 호수 위로 솟아오른 석회암 절벽들은 마치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절벽 사이로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현실이 아닌 듯했습니다. 보트투어 가격은 현재 기준으로 약 17만원 정도인데, 동남아 물가를 생각하면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하지만 이 가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치오란 호수는 국립공원 보호 구역 내에 위치해 있어, 환경보호세(Environmental Fee)와 입장료가 포함됩니다. 또한 보트를 타고 최소 1시간 이상 들어가야 하는 깊숙한 곳에 수상 방갈로가 있다 보니, 물류비와 자체 발전으로 생산해야 하는 전기 등 유지비가 상당합니다.

업체에서 운영하는 수상 방갈로에 도착하면 점심식사가 제공됩니다. 태국식 볶음밥과 닭튀김, 샐러드 등 간단하지만 정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식사 후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카약(Kayak)을 타거나 수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저는 카약을 타고 절벽 아래까지 가보았는데, 가까이서 본 석회암 절벽은 더욱 압도적이었습니다.
자유시간이 끝나면 다시 보트를 타고 호수 입구로 돌아와 밴으로 복귀하는 일정입니다. 투어는 하루 종일 진행되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머물고 싶다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수상방갈로에서 1박을 할 수 있는 투어도 있습니다. 특별한 1박을 원하신다면 수상방갈로에서 하루를 머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단, 인터넷은 터지지 않을수도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카오속 여행팁과 이동 경로
카오속으로 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저처럼 방콕에서 수랏타니까지 밤기차를 타는 방법도 있고, 푸켓이나 크라비에서 미니밴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각 도시별 이동 시간과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랏타니: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미니밴으로 약 1시간 30분~2시간 소요. 가장 가까운 거점 도시
- 푸켓: 공유 미니밴이나 프라이빗 카로 약 3~4시간 소요. 숙소 픽업 서비스가 잘 되어 있음
- 크라비: 아오낭 비치나 크라비 타운에서 정기 밴으로 약 2시간 30분~3시간 소요
저는 방콕에서 수랏타니로 이동했는데, 밤기차를 타면 잠을 자면서 이동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역에 내리면 바로 카오속 행 밴 티켓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약 푸켓이나 크라비에서 해변 휴양을 즐긴 후 카오속으로 이동한다면, 미리 온라인으로 밴을 예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카오속에 도착하면 숙소가 모여 있는 마을에서 각종 투어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에서도 당일 보트투어, 1박 2일 수상 방갈로 투어, 정글 트레킹 등 다양한 옵션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일정상 당일 투어만 신청했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수상 방갈로에서 1박을 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과 이른 아침 물안개 속 보트 사파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정글 트레킹을 원한다면, 카오속 마을 근처에서 출발하는 반나절 또는 하루 코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와 함께 정글 깊숙이 들어가 희귀 동식물을 관찰하거나, 소코강(Sok River)을 따라 카누나 대나무 뗏목을 타는 코스도 인기가 많습니다. 특히 12월에서 2월 사이에 방문한다면, 9개월을 기다려 단 일주일만 피는 라플레시아 꽃을 찾는 트레킹에 도전해 보세요.
태국 남부 여행의 중간 거점으로 카오속을 넣으면, 해변과 정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일정이 됩니다. 푸켓이나 크라비의 화려함도 좋지만, 카오속에서 느낀 원시적인 생명력과 고요함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동이었습니다.
솔직히 17만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치오란 호수 위에서 마신 시원한 물 한 모금, 카약을 타고 절벽 아래를 지날 때의 전율, 그리고 돌아오는 보트 위에서 본 노을은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나서 저는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1박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태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카오속 국립공원을 꼭 일정에 넣어보시길 바랍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분명 여러분의 여행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페이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