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던 그 평화로운 밀밭 길을 기억하시나요? 사이프러스 나무가 병풍처럼 늘어선 언덕과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리고 중세의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을들. 토스카나는 전 세계 드라이버들이 생애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로드트립의 성지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2박 3일 일정으로 토스카나 여행을 했는데, 준비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이탈리아 교통 시스템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채 로마를 출발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찔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처음 토스카나 렌터카를 계획하는 분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가 직접 겪은 내용을 풀어봤습니다.

토스카나(Tuscany)란? : 이탈리아의 예술과 미식이 흐르는 땅
토스카나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주로,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를 주도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렌터카 여행자들이 열광하는 곳은 피렌체 시내보다는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발 도르차(Val d'Orcia) 평원입니다. 발 도르차(Val d'Orcia)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남부에 위치한 광활한 평원 지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수백 년간 인간의 농경 활동이 자연과 맞물려 형성된 독특한 문화 경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출처: UNESCO). 쉽게 말해 단순한 농촌 풍경이 아니라, 인류가 가꿔온 땅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예술과 자연의 조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인간의 농경 활동과 자연이 만나 하나의 거대한 풍경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와인의 성지: 세계적인 와인인 키안티(Chiant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의 고향이기도 하여, 운전대를 놓은 저녁에는 최고의 마리아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중세의 향기: 시에나, 피엔자, 산 지미냐노 같은 작은 마을들이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중세 시대로 타임슬립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토스카나 렌터카 여행의 진짜 매력은 목적지보다 이동 경로에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사이프러스 나무 가로수 길, 안개 낀 아침의 언덕 위 마을, 그리고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포도밭은 어느 한 순간도 그냥 지나치기가 아깝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감각입니다. 저는 로마에서 오토스트라다(Autostrada), 즉 이탈리아 유료 고속도로를 피하고 해안가 쪽 무료 도로로 이동했습니다. 솔직히 이탈리아 고속도로 시스템을 몰랐기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비교해보니 유료 노선과의 거리 차이는 거의 없었고 소요 시간도 약 20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급하지 않다면 무료 도로로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단, 토스카나를 여행하면 대부분 아그리투리스모(농가민박)을 예약하는데 주요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저는 구글네비게이션만 믿고 이동하다가 승용차가 통과하기 힘든 산길로 안내를 해주어서 되돌아가느라 체크인시간이 지나서 늦게 도착했었습니다. 숙소와 미리 연락하신다면 안전하게 도착하는데 도움이 되실겁니다.
꼭 알아야 할 이탈리아 교통 시스템 - ZTL, 주차, 과속카메라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에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개념이 바로 ZTL(Zona a Traffico Limitato)입니다. ZTL이란 이탈리아 도심 구시가지 일대를 지정한 차량 제한 구역으로, 허가된 거주자 차량 외에는 진입 자체가 금지됩니다. 단순히 주차가 안 되는 게 아니라, 그 구역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위반입니다. 내비게이션의 ZTL 회피 옵션은 반드시 활성화해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더 무서운 점은 카메라가 자동으로 번호판을 인식해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즉 경찰이 직접 세우는 게 아니라, 여행이 끝난 한참 후에 렌터카 업체를 통해 벌금 고지서가 날아옵니다. 로마 시내에서 렌터카를 운전할 생각은 아예 접으시길 권합니다. 저는 로마에서 렌터카를 호텔 주차장에 세워두고 대중교통만 이용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최선의 판단이었습니다. 주차 라인 색깔도 처음에는 헷갈렸습니다. 이탈리아의 주차 구역은 색깔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 흰색 선: 무료 주차 구역. 찾기가 가장 어렵지만, 외곽 마을이나 관광객이 덜 몰리는 지역에서 종종 발견됩니다.
- 파란색 선: 유료 주차 구역. 근처 무인 발권기 'Parcheggio'에서 티켓을 뽑아 대시보드 위에 올려두어야 합니다.
- 노란색 선: 거주자 전용 구역으로, 절대 주차를 해서는 안 됩니다.
주요 관광 마을 근처는 대부분 유료 주차장이나 파란 선 구역이었습니다. 반면 좀 더 외곽으로 벗어난 곳은 흰 선 구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Autovelox(오토벨록스)라는 과속 카메라도 주의해야 합니다. Autovelox란 국도변에 설치된 고정식 과속 단속 장치로, 규정 속도를 조금만 초과해도 즉시 번호판이 촬영되어 벌금이 부과됩니다.

놓치면 후회하는 포토스팟, 제가 직접 가본 곳들
토스카나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감각은,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직접 방문한 세 곳을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Rocca Aldobrandesca(카스틸리오네 도르차 중세 요새)는 관광 지도에 잘 나오지 않는 곳인데, 성벽 위에 올라서면 발 도르차 전체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번잡한 시에나나 산 지미냐노와는 달리 방문객이 적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막시무스의 집과 차로 5분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른바 막시무스의 집이라 불리는 영화 글래디에이터 촬영 장소입니다. 피엔자 인근 Podere Belvedere 근처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촬영지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제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꾸준히 관광객들이 오가며 촬영을 하긴 했습니다. 진위 여부와 별개로, 일출이나 일몰 시간대에 맞춰 가면 사이프러스 나무 길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면은 충분히 가볼 가치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Chapel Vitaleta(카펠라 델라 마돈나 디 비탈레타)입니다. 토스카나를 소개하는 달력이나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작은 예배당인데, 저는 그냥 구글 지도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방문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 KBS 세계속으로에서 이 장소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 현장에서는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차를 바로 앞까지 가져갈 수는 없고, 주차 후 흙길을 10~15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그 걷는 시간이 오히려 토스카나의 바람과 냄새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됩니다. 이탈리아 관광청(ENIT)에 따르면 발 도르차 일대는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이탈리아 대표 자연 문화 경관 지역입니다(출처: ENIT - Italian National Tourist Board).
토스카나 렌터카 여행은 철저히 준비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ZTL도 모르고, 고속도로 시스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출발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부족한 준비 속에서도 발 도르차의 풍경은 충분히 압도적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적어도 일주일은 잡고, 와이너리 투어와 키안티(Chianti) 와인 테이스팅까지 일정에 넣고 싶습니다. 토스카나를 처음 계획하는 분이라면, ZTL 회피 설정과 주차 라인 구분 두 가지만 미리 숙지해도 벌금 걱정 없이 훨씬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