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환승여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항저우, 옌타이등에서 환승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여행하긴 아깝지만 환승을 하면서 비행기티켓도 저렴하게 구매하고 잠깐이나마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옌타이 공항에서 택시로 약 40분을 가면 중국 정부가 지정한 5A급 관광지 두 곳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연태 고량주' 말고는 아는 게 없던 도시였는데, 우연히 들르게 된 옌타이에서 생각보다 좋은 인상을 받고 왔습니다.

옌타이(연태), 신선도 쉬어가는 항구도시
옌타이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봉수대'라는 뜻입니다. 명나라 초기(1398년) 외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이곳 산에 봉수대를 설치한 것에서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19세기말 산둥반도에서 가장 먼저 개항한 항구 중 하나로, 서구 열강의 영사관 건물이 들어서며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섞인 독특한 근대사를 품게 되었습니다. 현재 옌타이는 중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살기 좋은 해안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합니다. 복잡한 대도시 베이징과는 대조적으로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 덕분에 중국 내에서도 휴양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려 가성비 좋은 골프 여행이나 환승 여행지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옌타이는 워낙 고량주로 유명하긴 하지만 시내에 있는 장유 와인도 상당히 유명한 편입니다.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장유 와인 박물관을 방문해서 와인도 시음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옌타이 여행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칭다오 여행을 계획하던 중, 돌아와야 하는 날짜에 칭다오 항구가 중국 해군행사로 폐쇄되어 버리는 바람에 편도만 끊고 중국입국을 하였고 계획에도 없던 베이징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요. 베이징에서 한국 돌아오는 비행 편을 알아보던 중, 옌타이 환승 티켓이 가격도 저렴했고 여행도 더 할 수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티켓을 구매하는 바람에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옌타이 공항이 환승공항으로 꽤 유명했습니다. 장가계나 유럽 여행을 하고 오는 여행자들도 옌타이에서 환승을 했습니다. 단 하나 아쉬웠던 것은 공항과 옌타이 시내의 거리가 꽤 멉니다. 그래서 저도 시내여행을 포기하고 반대편에 위치한 봉래각과 팔선과해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요. 대중교통도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 많이 아쉬운 편이기 때문에 주로 택시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봉래각: 절벽 위 천년 고건축과 진시황의 발자국
봉래각은 송나라 시대인 1061년에 세워진 유적으로, 중국에서 '4대 명루(名樓)' 중 하나로 꼽힙니다. 4대 명루란 중국 역사에서 건축적·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인정받는 대표적인 누각 네 곳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봉래각이 그 안에 포함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장소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이곳은 예부터 해무, 즉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안개로 인해 신기루가 자주 목격되던 곳이었습니다. 해무가 시야를 뒤덮으면 마치 섬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일으킵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사절단을 이곳에 보냈다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는 것도 그런 신비로운 풍광 덕분이었을 겁니다.
제가 직접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계단의 경사였습니다.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되는 가파름인데, 반드시 운동화를 신고 가야 합니다. 굽 있는 신발을 신고 올라가다가 발목을 접질리는 분들을 몇 번이나 봤습니다. 입장료는 100위안으로, 중국 물가를 생각하면 꽤 부담스러운 편입니다. 그러나 절벽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을 보고 나면 그 아쉬움이 어느 정도 가십니다.
5A급 관광지란 중국 국가관광국이 부여하는 관광지 등급 체계에서 최고 등급을 의미합니다. 전국 수천 곳의 관광지 가운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곳에만 부여되며, 시설 관리와 경관 보존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출처: 중국 문화관광부). 봉래각이 이 등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관리되는 문화유산임을 뜻합니다.

팔선과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신선 테마 관광지
팔선과해는 도교 신화 속 여덟 신선이 각자의 보물을 타고 바다를 건넜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조성된 관광지입니다. '팔선과해 각현신통'이라는 고사성어의 배경이 된 장소로,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봉래각이 역사적 무게감을 가진 유적이라면, 팔선과해는 그 전설을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풀어낸 테마형 관광지에 가깝습니다.
바다 위 인공 섬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널 때 사방이 바다인 풍경은, 사진으로 담아도 그 탁 트인 느낌이 꽤 살아납니다. 호리병 모양의 인공 섬 위에 화려한 사당들이 이어지는 구조인데, 전통 도교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성이라 색감이 선명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강합니다. 도교 건축 양식이란 자연과의 조화, 음양오행 사상 등을 반영한 중국 전통 종교 건축의 한 형태로, 붉은색과 금색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팔선과해 안쪽에는 야외에 물개들이 헤엄치는 장소가 있어서 물개 먹이 주기 체험이 가능합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아이들이 꽤 좋아할 만한 구성입니다. 입장료는 약 80위안으로 봉래각보다는 다소 저렴한 편입니다. 안쪽 사당은 꽤 높이가 있는데 천천히 걸어올라 가면 팔선과해와 서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봉래각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리 분명히 인공적인 느낌은 확실히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팔선과해 쪽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해 질 녘에 방문하면 사당의 조명과 노을이 겹치면서 몽환적인 색감을 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산둥반도(山東半島) 지역은 중국 내에서도 도교 문화의 성지로 손꼽히는 지역입니다. 봉래각과 팔선과해가 나란히 위치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산둥성 문화관광국 자료에 따르면 봉래 지역은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산둥성의 핵심 관광 거점 중 하나로 관리되고 있습니다(출처: 山東省文化和旅遊廳).
다만 아쉬웠던 점은 처음에도 거론했듯이, 바로 대중교통입니다. 팔선과해나 봉래각까지 가려면 환승을 여러 번 해야 하는 데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현실적으로 오전 반나절 일정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결국 택시를 선택했고, 중국 택시비는 한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옌타이는 단독 여행지로 보면 관광 인프라가 풍부한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환승 비자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짧은 레이오버를 알차게 쓰고 싶은 분들에게는 충분히 선택지가 됩니다. 인천 송도 근처에 사신거나 특별한 여행을 원하신다면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편으로 산둥반도 지역을 둘러보는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주변 도시인 칭다오, 웨이하이, 그리고 물론 옌타이에서도 인천국제여객터널로 향하는 배가 있기 때문에 인·아웃 도시를 다르게 설정하면 더 효율적인 동선을 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