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대기 시간이 6시간 이상 남았을 때, 공항 안에만 있을 건지 아니면 밖으로 나갈 건지 고민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싱가포르 환승을 앞두고 똑같이 고민했습니다. 사실 싱가로프는 저에게는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그냥 다음날 오후까지 버텨볼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준비만 제대로 됐다면 싱가포르는 환승 대기 시간도 실제 여행처럼 알차게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입니다.

사진: Unsplash의 Florian Wehde
무료환승투어, 조건만 맞으면 놓치지 마세요
저는 아쉽게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비행기가 밤늦게 도착했고, 시내에 캡슐호텔을 미리 예약해 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투어 신청 자격 자체는 됐지만, 공항에서 하룻밤을 노숙하면서 아침 투어를 기다리는 선택지는 솔직히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중교통도 끊긴 시간이라 비싼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오전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면 분명 무료 투어부터 신청했을 겁니다.
창이공항(Changi Airport)은 전 세계 공항 중에서도 환승 편의성이 독보적인 곳으로 꼽힙니다. 스카이트랙스(Skytrax) 세계 공항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이력이 있을 정도입니다(출처: Skytrax). 그 편의성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무료 환승 투어 프로그램입니다.
환승 대기 시간이 5.5시간에서 24시간 미만이라면, 입국 심사를 받고 공항 밖으로 나가 싱가포르 주요 명소를 공짜로 둘러볼 수 있습니다.
투어 코스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 시티 사이츠 투어(City Sights Tour): 마리나 베이 샌즈, 멀라이언 파크 중심의 현대 도시 코스
- 헤리티지 투어(Heritage Tour): 차이나타운, 캄퐁 글람 등 문화·역사 탐방 코스
- 쥬얼 투어(Jewel Tour): 공항 내 복합 공간 쥬얼 창이의 실내 폭포와 정원 탐방
- 창이 프리싱트 투어(Changi Precinct Tour): 공항 주변 로컬 마을과 해변 탐방 코스
예약은 입국 심사 전에 터미널 내 'Free Singapore Tour' 서비스 데스크에서 해야 하고, 여권과 탑승권, 유효한 입국 자격이 필요합니다. 각 투어는 약 2시간 30분 소요되며, 출발 1.5시간 전에는 예약을 완료해야 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싱가포르 여행하기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저는 오후 비행기 시간 전까지 최대한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창이공항에서 시내로 가려고 한다면 MRT(Mass Rapid Transit)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MRT란 싱가포르의 도시철도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지하철과 유사하지만 노선망이 매우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항역(CG2)에서 출발해 타나 메라(Tanah Merah)역에서 시내 방향으로 환승하면 약 30분 안에 시티홀이나 래플스 플레이스 같은 도심에 닿습니다. 저는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녔고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은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결제는 싱가포르의 컨택리스(Contactless) 기반 교통 결제 시스템인 SimplyGo를 이용하면 됩니다. SimplyGo란 별도 교통카드 없이 컨택리스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를 단말기에 태그하는 방식으로, 선불 충전이 필요 없어 잔액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트래블월렛 카드를 사용했는데, 컨택리스 기능이 있어서 MRT와 버스 모두 태그 한 번으로 해결됐습니다. 환승 할인도 자동으로 적용되어 별도로 신경 쓸 부분이 없었습니다. 이동 방향은 구글 맵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하면 되고, 버스 정류장 안내도 정확해서 길을 잃을 염려가 거의 없었습니다.
단, 제가 직접 겪어보니 한 가지 아쉬운점이 있었습니다. 대중교통 관련된 문제는 아니지만 가고 싶었던 식당이 카드 결제가 안 되는 현금 전용 가게였는데, 시내에서 ATM 기기를 찾는 데 생각보다 시간을 꽤 많이 낭비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대형 쇼핑몰이나 편의점 결제는 대부분 카드가 되지만, 로컬 식당이나 작은 슈퍼에서는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공항에서 미리 소액이라도 SGD(싱가포르 달러)를 환전해 두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atm기기를 찾으려 무려 1시간 가까이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마리나베이 샌즈와 멀라이언 파크, 촉박해도 핵심은 챙겼습니다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걸어서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를 둘러보았습니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이슬람 문화권 거리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싱가포르의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근처에서 점심 식사 후 시내버스를 타고 마리나 베이(Marina Bay) 쪽으로 향했습니다. 싱가포르 버스의 2층 맨 앞자리에 앉으면 도시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이동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97번이나 133번 버스가 베이프런트(Bayfront) 지역을 관통하면서 마리나 베이 샌즈 외관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노선입니다.
멀라이언 파크(Merlion Park)에서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 동상 뒤편으로 마리나 베이 샌즈가 그대로 잡히는 구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전 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맑은 하늘 덕분에 만족스러운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단, 이곳은 언제 가나 항상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 같습니다.
야간에 방문한다면 마리나 베이 샌즈 앞에서 진행되는 레이저 쇼도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오후 8시와 9시에 진행되며, 역동적인 영상 소스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이 시간대가 최적의 시간대라고 합니다.
싱가포르 관광청(Singapore Tourism Board)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연간 1,9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도시로, 환승 여행객을 위한 인프라가 그만큼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출처: Singapore Tourism Board). 저처럼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어도 마리나 베이, 멀라이언 파크, 아랍 스트리트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환승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전 도착, 저녁 출발 스케줄에서 무료 환승 투어를 가장 먼저 챙기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밤에 도착해서 다음 날 오전만 남는 상황이라면, MRT와 버스 조합으로도 핵심 명소는 다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금은 공항에서 미리 조금 준비해 두고, 이동 계획은 구글 맵으로 미리 짜두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준비 하나 차이로 환승 대기 시간이 진짜 여행이 될 수도 있고, 그냥 기다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