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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 스위스 여행 (수도, 아케이드, 곰 공원)

unknowntrip 2026. 4. 19. 10:00

목차


    오스트리아에서 밤 기차를 타고 취리히에 도착 후 바젤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가는 중간에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에 방문했습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라고 하면 체르마트의 마터호른이나 인터라켄의 패러글라이딩 같은 압도적인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데, 수도인 베른은 그냥 경유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숙소는 예약하지도 않았고 잠시 몇시간 머물다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4시간을 걷고 나서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베른은 화려하게 보여주지 않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도시였습니다.

     

    수도 베른
    수도 베른

    수도 베른, 연방궁전과 수도로서의 매력

     

    스위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취리히나 제네바를 수도로 오해하곤 하지만, 실제 스위스의 행정 수도는 바로 이곳 베른입니다. 1848년 스위스 연방의 수도로 지정된 베른은 특정 도시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립적인 위치와 고풍스러운 역사를 지닌 곳으로 선택되었습니다. 구시가지 중심부에 위치한 '스위스 연방궁전(Bundeshaus)'은 스위스 정부와 연방의회가 들어서 있는 건물로, 수도 베른을 대표하는 가장 핵심적인 상징물입니다. 웅장한 돔 지붕을 가진 연방궁전 건물 앞 광장(Bundesplatz)에 도착했을 때, 화려하게 정돈된 건축물과 그 앞을 자유롭게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스위스 특유의 검소하면서도 단정한 수도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방궁전 앞 광장 바닥에는 스위스 26개 주(Canton)를 상징하는 26개의 분수 구멍이 설치되어 있어, 일정 시간마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현지인들이 계단에 앉아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국가의 핵심 행정 기관 바로 앞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의 휴식터로 쓰인다는 점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또한 연방궁전 건물 내부 역시 의회가 열리지 않는 날에는 안내 가이드 투어를 통해 무료로 입장하여 관람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 연방의 역사와 각 주를 상징하는 유리창 장식, 웅장한 중앙 홀을 직접 둘러보며 스위스라는 국가가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연방궁전 뒤편으로 돌아가면 아레강과 베른 시내 남쪽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테라스 벤치에 앉아 에메랄드빛 강물과 빨간 지붕의 구시가지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거대한 상업 도시들과 달리 베른이 왜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수도'로 불리는지 단번에 납득할 수 있습니다. 렌터카를 이용해 이동하는 분들은 연방궁전 근처 도로 주차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므로, 인근의 'Casino Parking'이나 'Rathaus Parking' 같은 유료 주차타워에 차를 대고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수도로서의 격식과 중세의 고즈넉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베른은, 화려한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위스 고유의 정취와 품격을 온전히 경험하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아케이드(라우벤)와 구시가지 산책, 중세의 멋을 간직하다

     

    베른 기차역이나 인근 주차장에 차를 대고 구시가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길게 연결된 석조 지붕 길인 '아케이드(라우벤)'였습니다. 베른 구시가지에는 약 6km에 달하는 석조 아케이드가 도로 양옆으로 길게 들어서 있어,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우산 없이 쾌적하게 상점가를 구경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지하는 카페나 공방으로 쓰이고 상층부는 주거 공간으로 활용되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또한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수십 미터 간격으로 각기 다른 전설과 상징을 담은 다채로운 분수들이 세워져 있어, 이 분수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베른 도보 여행의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구시가지를 관람할 때는 몇 가지 미리 알아두어야 할 주의점이 있습니다. 베른 구시가지 메인 도로에는 트램과 버스가 계속해서 오가기 때문에, 아케이드 밖 도로로 나와 사진을 찍을 때 안전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사진 촬영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들어오는 트램 소리를 못 듣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항상 좌우를 살피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베른의 대표 명소인 '시계탑(Zytglogge)'에서는 매시 4분 전부터 시계 옆 인형들이 나와 움직이는 정각 퍼포먼스가 펼쳐집니다. 직접 현장에서 관람해 보니 인형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작게 움직여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15세기에 만들어진 태엽 기계가 여전히 작동한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시계탑 앞은 정각 10분 전부터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지므로, 정각 퍼포먼스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미리 자리를 잡고 서 있는 것이 좋습니다.

    곰 공원(Bärengraben)과 아레강 풍경, 베른의 상징을 만나는 곳

     

    구시가지 메인 거리를 따라 아레강이 흐르는 동쪽 끝으로 계속 걸어가면, 베른이라는 도시 이름의 유래가 된 실제 곰들을 만날 수 있는 '곰 공원(Bärengraben)'에 도달하게 됩니다. 12세기 베른을 건국한 자링겐 공작이 사냥에서 가장 먼저 잡은 동물의 이름을 도시 이름으로 지겠다고 선언한 뒤 곰을 잡아 도시 이름이 베른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과거에는 깊고 좁은 콘크리트 웅덩이에 곰을 가두어 놓아 동물 학대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는 아레강변 비탈면을 따라 넓고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새로 조성하여 곰들이 자유롭게 풀밭을 거닐고 강물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 베른 핵심 명소 실전 이용 정보

    • 곰 공원 입장료: 무료 (24시간 자유롭게 외관 및 강변 관람 가능)
    • 곰 관람 추천 시간: 09:00 ~ 11:00 (사육사 먹기 수거 후 곰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
    • 추천 방문 동선: 베른역 ➔ 구시가지/아케이드 ➔ 시계탑 ➔ 베른 대성당 ➔ 곰 공원 ➔ 장미 공원
    • 핵심 포인트: 곰 공원 언덕 위 '장미 공원(Rosengarten)' 전망대에서 베른 구시가지 전경 감상

    직접 곰 공원에 방문해 보니 강변 언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서 곰들이 한가롭게 거니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곰들이 날씨가 너무 덥거나 오전에 사육사가 준 먹이를 먹고 나면 안쪽 굴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한낮 시간에 방문하면 곰을 보지 못하고 빈 공원만 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따라서 곰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오전 시간대나 늦은 오후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곰을 만날 확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또한 곰 공원 일대는 별도의 입장료가 전혀 없고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으며,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베른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정리하면, 베른은 단 몇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스위스의 다른 명소들에 비해 압도적인 자연 경관은 없지만, 중세 도시 구조가 일상으로 기능하는 방식, 그리고 그 안을 느리게 걷는 경험 자체가 베른만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기차 여행 중 잠시 들르는 일정이라면 캐리어를 역 락커에 맡기고 아케이드 아래를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도시, 그게 베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