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본섬에서 스피드보트로 단 30분이면 도착하는 누사렘봉안. 이곳은 발리의 20년 전 모습을 간직한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사렘봉안은 발리 본섬과 종교적·문화적 배경이 다릅니다. 발리가 힌두교 문화권이라면, 이 섬은 이슬람교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본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돼지고기 요리를 이곳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저는 첫날 저녁 식사 때 이 사실을 체감했는데, 현지 식당에서 닭고기와 생선 요리 위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더군요. 누사렘봉안은 작은 섬이지만 발리와 구분되는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 면적은 약 8제곱킬로미터로, 스쿠터로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도로 사정이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비포장 구간이 많고 굴곡이 심해서 스쿠터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저는 스쿠터를 빌려 누사 세닝안까지 넘어갔는데, 옐로우 브릿지를 건너는 순간의 짜릿함과 자유로움은 잊을 수 없습니다. 차량 서비스도 있지만,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누비려면 스쿠터가 최선입니다
저는 지난해 이곳에서 2박을 보내며 옐로우 브릿지를 건너 누사 세닝안까지 스쿠터로 누볐고, 만타 가오리와 나란히 수영하는 압도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복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진짜 휴식을 원한다면, 지금부터 제가 직접 겪은 누사렘봉안의 진짜 모습을 공유하겠습니다.

사누르 항구에서 출발, 두 개의 선착장 선택지
누사렘봉안으로 가려면 발리 본섬 동쪽의 사누르 항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야 합니다. 여기서 '스피드보트(Speed Boat)'란 고속 엔진을 장착한 소형 여객선으로, 파도가 거센 날에도 비교적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보트 회사 여러곳이 있으며, 소요 시간은 파도 상태에 따라 30~45분 정도입니다. 차이점은 가격이 약간 다를 수 있으며 누사 렘봉안의 있는 두 개의 선착장 중 어디로 도착하는지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이 가능하고, 현장 구매도 가능합니다. 픽업서비스가 포함된 티켓을 구입하셔도 되고 직접 사누르 항구까지 이동하셔도 좋습니다.
누사렘봉안에는 두 개의 선착장이 있습니다. 정거트바투 비치(Jungut Batu Beach)와 머쉬룸베이 비치(Mushroom Bay Beach)입니다. 이 두 곳의 분위기는 꽤 다릅니다. 제 기준에서 정거트바투는 길이 일자로 뻗어 있고 그 길을 따라 상점과 식당이 밀집해 있어 관광객에게 편리합니다. 반면 머쉬룸베이는 길이 더 복잡하고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어 조용한 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머쉬룸베이를 더 선호했습니다.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즐기기에 훨씬 좋았기 때문입니다.
배에서 내릴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누사렘봉안에는 본격적인 항구 시설이 없습니다. 배가 해변 가까이 접안하면 바다에 발을 담그며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운동화보다는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는 것이 필수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몰랐다가 신발을 벗어 들고 바다를 건너는 약간의 해프닝을 겪었습니다.
악마의 눈물과 옐로우 브릿지, 자연이 주는 압도감
누사렘봉안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는 '악마의 눈물(Devil's Tear)'입니다. 이곳은 해식 동굴(Sea Cave)로 이루어진 절벽인데, 파도가 동굴 안으로 밀려들어와 물보라가 수십 미터 높이로 뿜어져 나옵니다. 여기서 '해식 동굴'이란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해안 절벽에 자연적으로 생긴 빈 공간을 의미합니다. 저는 해 질 녘에 이곳을 찾았는데, 노을빛에 물보라가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광경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도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니 절벽 가까이 다가가지 말아야 합니다. 실제로 매년 사고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악마의 눈물 바로 옆에는 드림 비치(Dream Beach)가 있습니다. 보드라운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진 이곳에서 빈탕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쉬는 시간은 그야말로 꿀 같았습니다. 파도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필수 코스는 옐로우 브릿지(Yellow Bridge)입니다. 이 다리는 누사렘봉안과 누사 세닝안을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로, 오토바이와 사람만 건널 수 있습니다. 다리 폭이 좁고 양쪽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어 막 찍어도 화보가 나옵니다. 저는 스쿠터를 타고 다리를 천천히 건너며 사진을 찍었는데,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 정말 상쾌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누사 세닝안의 블루 라군(Blue Lagoon)까지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곳은 스노클링 포인트로도 유명한데,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초보자도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섬 북쪽의 맹그로브 숲(Mangrove Forest) 투어도 추천합니다. 작은 배나 카약을 타고 고요한 숲 사이를 유유히 노 저어 가다 보면, 발리의 뜨거운 열기마저 잊게 하는 청량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염분이 높은 해안가에서 자라는 특수한 나무로, 뿌리가 물 밖으로 드러나 있는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만타 가오리 투어, 바다에서 만난 자연의 경이
누사렘봉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만타 가오리 투어였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스노클링을 해봤지만, 만타 가오리만큼 압도적인 바다 생물은 처음이었습니다. 여기서 '만타 가오리(Manta Ray)'란 날개 폭이 최대 7미터에 달하는 대형 가오리로,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아 사람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투어 보트를 타고 만타 포인트에 도착하면,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거대한 만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에 들어가 만타 바로 옆에서 수영했습니다. 날개를 펄럭이며 지나가는 만타의 크기와 우아한 움직임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자연 앞에서 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만타 가오리는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4년부터 만타 보호 구역을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투어 가이드는 만타를 만질 수 없으며,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투어는 보통 오전 일찍 출발하며, 소요 시간은 약 3시간 ~ 4시간입니다. 비용은 1인당 50만 ~ 70만 루피아(약 4만 ~ 6만 원) 정도이며, 스노클링 장비와 구명조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도가 거센 날에는 투어가 취소될 수 있으니,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해도 되고 숙소에서 연계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누사렘봉안은 최소 2박 이상 머물며 여유 있게 섬을 누비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루는 악마의 눈물과 드림 비치를 중심으로 서쪽 해안을 돌고, 다음 날은 옐로우 브릿지를 건너 누사 세닝안까지 탐험하세요. 그리고 만타 가오리 투어로 바다 속 경이를 체험하세요. 누사 세닝안 바다를 끼고 있는 숙소에 묵으면 침대에 누워 발 밑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