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렌트카 로드트립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시간입니다. 9,000개의 미로 속에서 중세의 거친 숨결을 내뿜던 페스를 뒤로하고, 이제 온 세상이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동화 속 마을 셰프샤우엔(Chefchaouen)을 거쳐, 대륙의 끝단 탠지어(Tangier)에서 모로코 렌트카 여행의 마무리하고 렌트카 반납까지 한번 적어보려 합니다.

셰프샤우엔(Chefchaouen): 리프 산맥에 핀 파란색의 향연
페스에서 탠지어로 향하는 중간 지점에 자리한 셰프샤우엔(Chefchaouen)은 '파란 진주'라는 별명답게 온 마을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환상적인 곳입니다. 리프 산맥(Rif Mountains) 자락에 위치한 이 마을은 해발 약 600m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모로코의 다른 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서늘한 기후를 자랑합니다. 15세기 유대인 망명자들이 종교적 의미로 집을 파랗게 칠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실제로 파란색은 모기를 쫓고 실내 온도를 낮추는 실용적 효과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셰프샤우엔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가는 것이 약간 다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그 청량한 파란색 골목은 분명 존재하지만, 수많은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습니다.
그럼에도 셰프샤우엔을 건너뛰기엔 아까운 이유가 있습니다. 마을 위쪽의 라스 엘 마(Ras El Maa) 폭포 근처는 상대적으로 한적하고, 또한 스페인 모스크(Spanish Mosque)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파란 마을의 전경은 정말 압권입니다. 저는 2~3시간 정도 머물며 셰프샤우엔을 가볍게 둘러보고 사진 몇 장 남긴 뒤 탠지어로 향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셰프샤우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페스에서 탠지어까지는 약 240km, 셰프샤우엔을 경유하면 약간 돌아가지만 고작 50km 정도 추가되므로 시간적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주의할 점은 셰프샤우엔 메디나는 산동네라 골목이 매우 가파르고 계단이 많다는 것입니다. 편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또한 좁은 골목에 차를 댈 공간이 없으므로, 마을 입구의 공영 주차장(유료)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다행히 제가 주차했던 공터같은 주차장은 정말 합리적인 요금만 받고 직원들이 매우 친절했습니다.
탠지어를 종착지로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
모로코 렌트카 여행의 마지막 도시로 탠지어를 선택한 것은 제게 전략적인 결정이었습니다. 탠지어는 지브롤터 해협(Strait of Gibraltar)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 알헤시라스와 불과 14km 떨어진 '아프리카의 관문'입니다. 여기서 지브롤터 해협은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을 가르는 좁은 해협으로,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지리적 특성 덕분에 탠지어는 유럽 여행과 모로코 여행을 연결하는 최적의 거점이 됩니다.
저는 유럽 여행 중간에 모로코를 끼워 넣었기 때문에 탠지어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루트가 꼭 필요했습니다. 마라케시에서 다시 마라케시로 돌아오는 루트도 고려했지만, 그렇게 하면 이미 지나온 길을 다시 달려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원웨이 렌트의 경우 드롭피(Drop fee)라는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데, 이는 차량을 빌린 지점과 반납하는 지점이 다를 때 부과되는 비용입니다. 거리가 멀수록 비싸지지만, 제 경우 다양한 도시를 경험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기꺼이 추가 비용을 감수했습니다.
탠지어 공항에서 스페인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비행기 : 탠지어 공항에서 말라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스페인 주요 도시로 직항편이 운항됩니다. 저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했기 때문에 편의성을 고려해 말라가행 비행기를 선택했습니다. 비행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로 매우 짧고,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면 편도 50유로 내외로도 예약이 가능합니다.
- 페리 : 탠지어 항구에서 스페인 알헤시라스까지 페리로 약 1시간 소요됩니다. 페리를 타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고, 알헤시라스에서 렌트카를 다시 빌려 안달루시아 지역을 여행하기에도 좋습니다. 다만 페리 터미널까지 이동하고 출입국 절차를 거치는 시간을 감안하면 총 3~4시간은 잡아야 하므로, 시간이 촉박하거나 동행자가 있다면 비행기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페리를 타고 알헤시라스로 건너간 뒤 차를 렌트해 마드리드까지 가려고 계획했지만, 알헤시라스에서 마드리드 원웨이 렌트가 가능한 차량을 찾기 어려웠고 부모님의 체력도 고려해 비행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라가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다음 일정을 이어가는 것이 훨씬 편했습니다.
탠지어 국제공항은 유럽 주요 도시로 연결되는 저가 항공사(LCC) 노선이 풍부합니다. 말라가,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스페인 주요 도시는 물론 파리, 브뤼셀 등으로도 직항편이 있어 다음 일정을 이어가기 매우 편리합니다.
탠지어 공항 렌트카 반납, 새벽이나 늦은 밤에도 가능할까?
탠지어 공항에서의 렌트카 반납은 제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스페인행 비행기가 아침 일찍이었기 때문에 새벽 5시 반쯤 공항에 도착했는데, 문제는 렌트카 업체의 간이 오피스가 모두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공항 야외 주차장에 'Rental Car Return'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Hertz, Avis, Europcar 등 각 업체별 전용 주차 구역이 나오는데, 당시 직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럴 때 당황하지 마시고 다음 절차를 따르시면 됩니다.
- 먼저 차량 외관 사진을 여러 장 찍어두세요. 특히 범퍼, 휠, 사이드미러 등 긁힘이 생기기 쉬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차량 네 모서리를 각각 찍고, 계기판의 주행거리와 연료 게이지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다음으로 차 키(Key)는 절대 차 안에 두고 가시면 안 됩니다. 공항 터미널 입국장(Arrivals) 쪽으로 가면 각 렌터카 회사 부스가 있는데, 그곳에서 키 박스(Key Drop Box)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해당 회사 부스에 키 박스가 있었고 거기에 차 키를 떨어트리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키만 넣었도 렌트카 회사에서는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 연료 정책(Fuel Policy)도 반드시 확인하세요. 대부분 풀 투 풀(Full to Full) 방식으로, 차를 받을 때 가득 채워져 있던 상태 그대로 반납해야 합니다. 저는 공항 근처 5km 이내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반납할 때 게이지 사진을 찍어뒀습니다. 만약 연료를 채우지 않고 반납하면 렌트카 업체에서 시중가의 2~3배에 달하는 연료 서비스 요금을 청구하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 보험 관련해서도 말씀드리자면, 저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SCDW(Super Collision Damage Waiver, 완전 자차 손해 면책) 풀커버를 들었기 때문에 작은 긁힘이 있어도 별도 청구가 없었습니다. 일반 CDW보다 보험료가 비싸지만 안심하고 운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입니다. 만약 제3자 보험 중개 사이트를 통해 별도 보험을 들었다면, 차량 인수·반납 시 상태 확인서를 꼼꼼히 대조하고 사본을 반드시 보관하세요.
모로코 렌트카 로드트립은 긴 거리를 달리며 사막과 산맥, 파란 도시를 두루 경험하는 모험입니다. 저는 5박6일 동안 1,400km를 달리며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탠지어 공항에서 새벽에 차를 반납하고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순간, 모로코라는 거대한 대륙을 내 손으로 직접 누볐다는 성취감이 밀려왔습니다. 셰프샤우엔의 파란 골목을 걷고, 탠지어 공항 키 박스에 차 키를 넣는 그 모든 순간이 이제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모로코 로드트립을 계획 중이시라면, 원웨이 렌트와 탠지어 종착 루트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다만 새벽 반납 시에는 차량 사진 촬영과 연료 충전을 꼭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