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중에 모로코를 추가한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비행기 표가 생각보다 저렴해서 "한 번쯤 가볼까?" 하고 덜컥 예약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특별한 여행이었습니다. 마라케시 공항에서 렌트카를 픽업하고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사하라 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은 고되고 정신없었지만, 그 어떤 패키지 투어로도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이 있었습니다.
마라케시 공항 렌트카 예약팁
- 렌트카를 예약할 때 보통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보험입니다. 가격비교를 하다보면 가격이 저렴한 가격비교 사이트나 대행사를 통해 예약하려고 하지만, 저는 렌트카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외에서 렌트카를 이용할 때 보험 구조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데, 대행사를 통해 예약하면 SCDW(Super Collision Damage Waiver)라는 풀커버 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절차가 복잡해집니다.대행사 보험의 경우 렌트카 업체가 먼저 수리비를 고객 카드로 결제하고, 그 후 보험금을 받으려면 대행사 보험팀에 메일로 증빙 서류를 제출하고 긴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반면 렌트카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면 보험료는 더 비싸지만, 사고 시 현장에서 바로 처리되고 차량 반납도 간단합니다.제 경험상 SCDW(Super Collision Damage Waiver) 풀커버 보험은 필수입니다. 모로코 도로는 비포장 구간이 많고, 갑자기 노새나 양 떼가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여기서 SCDW란 차량 충돌 시 자기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보험으로, 쉽게 말해 어떤 사고가 나도 추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보험입니다.
- 자동변속기 차량을 원한다면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하세요. 모로코에서는 수동 차량이 여전히 주류입니다.
- 본인 명의 신용카드(Credit Card)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체크카드는 대부분의 렌트카 업체에서 받지 않습니다.
- 국제운전면허증과 국내 운전면허증, 여권을 모두 챙기고, 비행편 딜레이에 대비해 렌트카 오피스 운영 시간을 미리 확인하세요. 만약 비행기가 딜레이가 되어서 오피스 운영 시간이 넘어 도착한다면 추가요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모로코 도로에서 살아남기, 주행팁, 경찰 단속 대응법
모로코는 아프리카 내에서 도로망이 잘 정비된 편에 속하지만, 그만큼 경찰의 단속 그물망도 촘촘합니다. 특히 렌터카 번호판은 멀리서도 눈에 띄기 때문에 단속의 타겟이 되기 쉽습니다.
모로코경찰은 주로 렌트카 여행객을 상대로 딱지 끊기로 악명 높습니다. 저도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바로 단속당했었습니다. 현금으로 벌금을 냈고, 그 자리에서 영수증을 바로 발급해 주었습니다.
주의하셔야 할 팁 몇개를 적어보겠습니다.
- 모로코 법규상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은 의무입니다. 현지인들은 잘 지키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외국인 렌터카는 예외 없이 단속 대상입니다.
- 모로코에서는 'STOP' 표지판이 있으면 반드시 완전히 정차해야 합니다. 천천히 지나가는 것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저는 한번 천천히 지나갔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는데, 표지판을 보지 못했다고 진심으로 사과해서 경고만 받고 넘어갔습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경찰도 많으니,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 속도 제한도 철저히 지키세요. 도시 진입 시 50km/h, 일반 국도 100km/h, 고속도로 120km/h가 기본입니다. 특히 마을 입구에서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구간은 경찰의 단골 매복 지점입니다. 과속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나중에 벌금 고지서가 렌트카 회사를 통해 날아올 수 있습니다.
- 검문 시 여권, 운전면허증(영문), 차량 등록 서류(임대 계약서)를 요구합니다. 이 서류들을 조수석 글로브 박스에 모아두면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 주요 관광지나 도시를 지나갈 때가 아니라면 사막길이나 외곽도로에서는 단속 경찰관들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 주요 관광지에 주차를 할때는 최대한 짐이나 고가의 물건이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언제든 자동차 유리창을 깨고 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메르주가로 향하는 여정속의 보물 : 아이트벤하도우와 토드라 협곡
마라케시를 출발해 첫 번째로 마주하는 관문은 티지은티카 패스(Tizi n'Tichka Pass)입니다.마라케시 근교의 초록빛 올리브 나무들이 어느덧 사라지고,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붉은 흙과 척박한 바위산이 차창 밖을 가득 채웁니다.
아인트벤하도우

아틀라스 산맥을 내려와 평지에 닿을 때쯤, 오우닐라 강(Ounila River) 너머로 우뚝 솟은 거대한 진흙 성채가 나타납니다. 이곳은 단순한 마을이 아닌, 요새화된 거주지인 크사르(Ksar)입니다.
카라반의 쉼터로 알려진 이곳은 과거 사하라 사막을 건너 금과 소금, 상아를 실어 나르던 상인(카라반)들이 마라케시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던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글래디에이터>, <왕좌의 게임> 같은 영화의 배경지로 유명합니다.
저는 점심쯤 도착했습니다. 입구 근처에 길가에 자동차들이 주차되어있는 곳에 주차를 했습니다. 입구를 따라 걷다보면 아인트벤하도우로 향하는 다리입구를 향해 가야하는데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다리를 건넌 후에는 반대편을 들렀다가 성채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데 약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다른 여행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인트벤하도우만의 특별한 전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토드라 협곡

아이트벤하도우의 흙빛 성채를 뒤로하고 동쪽으로 약 3시간을 더 달리면,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암벽의 실루엣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모로코 로드트립의 백미이자, 대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조각한 토드라 협곡(Todra Gorge)입니다.
토드라 협곡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300m 높이의 석회암 벽입니다. 양옆으로 늘어선 거대한 붉은 암벽은 마치 신이 거대한 도끼로 대지를 내리친 듯 수직으로 깎여 있습니다. 협곡의 폭이 가장 좁은 구간은 불과 10m 남짓인데, 그 좁은 틈 사이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이 가느다란 선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토드라 강과 다데스 강이 바위를 깎아내며 만든 이 경이로운 광경은 '모로코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토드라 협곡은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중간 경유지로 많이들 방문합니다. 협곡 깊숙이 들어가면 절벽 사이로 비치는 햇빛의 각도가 시시각각 바뀌면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마라케시의 활기에서 시작해 아틀라스 산맥의 험준함을 넘고, 아이트벤하도우의 고대 성채를 지나, 토드라 협곡의 웅장함까지 경험했습니다. 다음 글은 황금빛 사하라 사막, 메르주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