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타 가오리 스노클링은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예약을 했었습니다. 여행의 막바지쯤이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지쳐있었고 배멀미가 걱정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태국과 필리핀에서 스노클링을 워낙 많이 해봤기 때문에 큰 감흥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몇 번의 만타 가오리 스노클링의 기회를 그냥 지나쳐버렸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을 바꿔서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스노클링의 마지막 포인트에서 날개폭 5m짜리 만타 가오리가 수영하던 나를 바로 아래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동안 경험했던 수많은 스노클링들을 압도할 만큼 최고의 기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만타가오리 스노클링이 필수투어인 이유
만타 가오리(Manta Ray) 스노클링은 단순한 액티비티를 넘어, 대자연의 압도적인 위용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특별한 투어입니다. 만타 포인트(Manta Point)는 누사페니다 남쪽 절벽 해역에 위치합니다. 만타 포인트란 만타 가오리가 먹이 활동을 위해 정기적으로 모이는 해역을 말하며, 해저 깊은 곳의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물이 수면 위로 올라와, 플랑크톤이 풍부하게 모여 만타 가오리의 주요 먹이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는 야생의 바다에서 그들을 조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최대 5미터에 달하는 만타 가오리를 만나는 순간은 여태껏 경험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줍니다. 지능이 높은 만타 가오리들은 호기심이 많아 인간을 경계하지 않고 주변을 맴돈다고 합니다.
만타 가오리는 분류학상 매가오리목(Myliobatiformes)에 속하며, 여과섭식자(Filter Feeder)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과섭식이란 커다란 입을 벌려 바닷물을 통째로 흡입한 뒤 플랑크톤만 걸러 먹는 방식을 말합니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온순한 생물이지만, 실제로 그 크기를 눈앞에서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만타 가오리를 취약종(Vulnerable)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IUCN 적색목록). 만타 가오리를 만나는 경험이 희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누사페니다 만타 포인트의 만타 가오리는 먹이 활동 시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다이빙 자격증 없이도 스노클링만으로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 발리를 찾는 방문객 수는 연간 600만 명을 넘을 정도이며(출처: 발리 관광청), 누사페니다 만타 투어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액티비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확률로 만타 가오리들과 자연에서 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예약방법 및 준비물 : 가끔은 현장예약도 나쁘지 않다
예약방법 : 일반적으로 클룩(Klook) 같은 여행 플랫폼을 통해 예약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클룩은 한국어 리뷰를 확인할 수 있고, 업체의 장비 상태나 가이드 전문성을 미리 파악하기 좋습니다. 저도 평소에는 클룩을 주로 이용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 옮긴 숙소 직원이 먼저 만타 가오리 투어를 권유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예약을 했습니다. 가격이 350,000루피아, 한화로 약 34,000원 수준이었고 직원이 꽤 친절해서 믿고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없었고, 다음날 스쿠터 시동이 갑자기 걸리지 않았을 때 숙소 주인이 직접 픽업 장소까지 데려다줬습니다. 현지 숙소를 통한 예약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지입니다.
투어 출발 거점은 누사 렘봉안의 옐로우 브릿지(Yellow Bridge)였습니다. 옐로우 브릿지는 누사 렘봉안과 누사 체닝안을 연결하는 노란색 현수교로, 이 지역 투어의 대표적인 집결지 중 하나입니다. 경우에 따라 누사페니다나 사누르항구에서 출발하는 코스도 있으니 예약 시 출발 지점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준비물 : 만타 포인트는 파도가 거칠고 너울이 강하기 때문에 멀미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저는 그냥 갔다가 만타 가오리를 보고 만족하고 나서는 그냥 계속 배에 뻗어있었습니다. 다른 서핑포인트들에 비해서 훨씬 파도가 거칠고 수심이 깊습니다.
또한 햇빛이 항상 세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제와 래쉬가드가 있다면 반드시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자외선차단은 물론 해파리나 기타 해양 부유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물은 기본적으로 작은 페트병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바다에서 몇 번 바닷물을 마시다 보면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온음료나 물 큰 병 한 개 정도를 준비해서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투어후기 :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던 그 순간
저는 누사렘봉안에서 출발하는 투어였기 때문에 각자 누사렘봉안의 옐로우브릿지에서 모였습니다. 오전 8시 30분쯤 배를 타고 출발해 약 15~20분 후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스노클링 마스크와 핀을 받고, 라이프재킷은 수영에 자신 있으면 착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뺐습니다. 막상 물에 뛰어들면 생각보다 깊어서 처음에는 꽤 겁이 납니다.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면 금세 익숙해지니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총 4개 포인트를 돌았고 포인트당 약 30분씩 머물렀습니다. 처음 만타 가오리를 멀리서 봤을 때는 그냥 신기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포인트가 달랐습니다. 이미 여러 보트가 모여있었고 수면 위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만타 가오리가 그만큼 자주 출몰한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만타 가오리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보이면 모두가 쫓아다니기 때문에 제대로 만타 가오리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무리에서 살짝 벗어나 혼자 한쪽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등 뒤쪽에서 그림자가 드리우는 느낌이 왔습니다. 돌아보니 날개폭이 육안으로도 압도적인 만타 가오리가 해수면 바로 아래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순간 겁이 나서 발버둥을 쳤는데, 만타 가오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제 밑으로 유유히 스쳐 지나갔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였습니다. 그 한 장면만으로도 만타 가오리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위압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 수영을 하다 보면 체력이 빠지는 순간이 오게 되면 배로 향하여 쉬어야 하는데 수많은 배들이 몰리고 조류에 휩쓸리다 보면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미리 어떤 배가 투어 배인지 기억을 하시길 바랍니다.
태국 여러 섬과 필리핀 보홀에서도 스노클링을 해봤지만 이번만큼 압도적인 경험은 없었습니다. 만타 가오리라는 생명체 자체의 크기와 존재감이 다른 해양 생물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발리 여행 중 스노클링 투어를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만타 가오리 투어를 선택하겠습니다. 배멀미가 걱정된다면 멀미약을 꼭 챙기고, 오전 첫 타임으로 예약하는 것이 만타를 볼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다른 액티비티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