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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유레일패스가 없었다면 리기산은 제 여행 계획에 없었을 겁니다. 유레일패스 티켓을 가지고 있다면 리기산으로 향하는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어서 시내를 구경한 다음 날 아침, 유람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루체른 호수를 가르는 유람선 위, 유럽 최초의 산악열차, 구름 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는 그 순간까지. 모든 순간이 하나하나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유람선 이용 동선 팁, 루체른에서 리기산
루체른 시내에서 리기산 정상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유람선 - 산악열차 - 케이블카'로 이어지는 라운드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렌터카를 타고 스위스를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차량은 루체른 기차역 지하 주차장에 마음 편히 대두고, 가벼운 몸으로 기차역 맞은편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선착장에서 비츠나우(Vitznau)로 가는 유람선에 몸을 실었을 때, 갑판 위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루체른 호수의 맑은 물빛과 호숫가 마을들의 풍경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약 1시간 동안 유람선을 타고 비츠나우 선착장에 내리면, 바로 눈앞에 붉은색 산악열차 승강장이 곧바로 연결되어 있어 길을 헤맬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유럽 최초의 산악열차인 붉은색 열차에 탑승해 약 30분을 올라가면 리기쿨름(Rigi Kulm)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열차를 타고 올라가며 체득한 아주 중요한 좌석 팁은 올라가는 방향 기준으로 반드시 왼쪽 창가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른쪽 창가는 올라가는 내내 산비탈이나 나무에 시야가 막히는 반면, 왼쪽 창가에 앉으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푸른 루체른 호수와 호숫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압도적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상 관람을 마치고 내려올 때는 올라왔던 길로 그대로 내려가지 않고, 산악열차를 타고 리기 칼트바드(Rigi Kaltbad)까지만 내려온 뒤 베기스(Weggis)행 케이블카로 갈아탔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베기스 선착장까지 걸어 내려가는 15분 남짓한 마을 길은 아기자기한 스위스 시골집들을 구경하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베기스에서 다시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돌아오니 동선의 중복 없이 완벽한 하루 순환 코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산악열차, 스위스 패스 혜택
산악열차를 타고 해발 1,797m의 리기쿨름 정상역에 내리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와 탁 트인 풍경에 입이 절로 벌어졌습니다. 잘 정비된 언덕 산책로를 따라 정상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걸어 올라가니, 발아래로 스위스 중부의 푸른 호수들과 저 멀리 알프스의 웅장한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졌습니다.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더 높은 봉우리가 없다 보니 막힘없이 시원하게 터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옛날 유럽의 왕족들이 왜 굳이 이 높은 곳까지 가마를 타고 올라와 휴양을 즐겼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 바람 소리를 들으며 주변 호수들을 바라보던 시간은 스위스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리기산 핵심 이동 및 이용 팁]
| 구분 | 상세 이용 정보 및 실전 팁 |
| 추천 라운드 코스 | 루체른(유람선) > 비츠나우(산악열차) > 리기쿨름 > 리기칼트바드(케이블카) > 베기스(유람선) |
| 티켓 및 할인 | 스위스 트래블 패스 소지 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전 구간 100% 무료 탑승 |
| 산악열차 명당 | 비츠나우에서 올라갈 때는 진행 방향 왼쪽 창가 선점 필수 |
| 준비물 및 복장 | 정상은 지상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므로 한여름이라도 바람막이/겉옷 필수 |
무엇보다 이번 리기산 일정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스위스 트래블 패스(Swiss Travel Pass)'의 엄청난 할인 혜택이었습니다. 융프라우나 티틀리스 같은 다른 유명 전망대들은 패스를 가지고 있어도 추가 비용을 수만 원에서 십수만 원씩 더 내야 해서 부담이 컸지만, 리기산은 루체른 호수 유람선부터 비츠나우 산악열차, 베기스 케이블카까지 전 구간을 스위스 패스 하나만 보여주면 추가금 없이 100%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 창구에서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설 필요도 없이 패스를 보여주고 바로 탑승할 수 있어 시간과 경비를 모두 크게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리기쿨름, 성공적인 리기산 여행을 위한 날씨 확인과 옷차림 팁
실제 리기산을 다녀오면서 느낀 점은 산 정상의 날씨가 지상인 루체른 시내와는 완전히 딴판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루체른 시내에서 출발할 때는 해가 쨍쨍하고 날씨가 좋았지만,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산 중턱에서 갑자기 짙은 안개가 몰려와 가시거리가 짧아지는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안개가 걷혀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지만, 운이 나쁘면 시내 날씨만 믿고 올라왔다가 온통 하얀 안개만 보고 내려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루체른에서 출발하기 전에 리기산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해 실시간 웹캠(Webcam) 라이브 화면을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웹캠으로 현재 정상의 시야가 확보되어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이 실패를 피하는 지름길입니다.
또한 복장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해발 1,800m에 가까운 리기쿨름 정상은 평지와 비교했을 때 기온이 보통 10도 이상 낮고, 산 정상 특유의 강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지상은 얇은 옷차림으로 충분한 날씨였지만, 정상에서는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가방에서 바람막이 겉옷을 꺼내 입어야만 했습니다. 한여름에 방문하더라도 가벼운 바람막이나 겉옷 한 벌은 무조건 가방에 챙겨 가셔야 합니다. 아울러 정상부 산책로는 잘 가꾸어져 있지만 경사진 자갈길과 흙길이 많으므로, 슬리퍼나 구두보다는 발이 편하고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를 신어야 안전하고 여유롭게 알프스의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루체른 시내는 하루면 주요 명소를 둘러보기에 충분한 규모입니다. 카펠교(Kapellbrücke)와 구시가지를 오전에 보고 나면 오후 시간이 남는 경우도 많은데, 그 남는 시간을 리기산 당일 루트로 채우기를 적극 권합니다. 유레일패스 하나로 유람선부터 산악열차까지 커버되니, 교통비 부담 없이 스위스 여행의 밀도를 한층 높일 수 있습니다. 비용이 아깝지 않은 날을 만들고 싶다면, 루체른에서 리기산으로 향하는 아침 유람선에 오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