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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위스를 여행하게 되면 융프라우나 체르마트를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마냥 스위스의 대자연을 보고 싶어서 여행을 계획하다가 알게된 도시가 루체른이었습니다. 사실 인터라켄 여행 후 출국을 위해 취리히로 이동하던 중 루체른은 경유하며 여행하는 도시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여행을 해보니 루체른은 다양한 매력이 있는 도시였습니다. 스위스전통악기소리가 흘러나오며 그 음악에 춤을 추는 사람들, 설명하기 힘든 루체른 도시만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카펠교와 수탑, 루체른의 상징인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
루체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루체른 호수와 로이스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카펠교(Kapellbrücke)'였습니다. 14세기인 1333년에 도시를 지키는 방어용 목적으로 지어진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로, 다리 중간에 서 있는 8각형 모양의 돌로 된 수탑(Wasserturm)과 어우러져 루체른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징물이 된 곳입니다. 다리 내부로 들어가 걸어보면 삼각형 모양의 천장 들보마다 루체른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과 지역 성인들의 전설이 담긴 판화 그림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하나씩 올려다보며 다리를 천천히 건너는 것만으로도 마치 루체른의 옛날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카펠교를 이용하고 관람할 때는 몇 가지 미리 알고 가야 할 주의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카펠교는 1993년에 발생한 대형 화재로 다리의 상당 부분과 소중한 천장 판화의 대부분이 불에 타 손실되는 아픔을 겪었던 장소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다리와 그림들은 화재 이후 철저하게 복원된 것인데, 다리 중간중간 화재의 흔적으로 검게 그을린 채 남아 있는 목재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복원에 들어간 현지 사람들의 정성과 함께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카펠교는 루체른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핵심 명소이다 보니, 다리 위가 하루 종일 사람으로 북적입니다.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 특성상 내부 통로 폭이 생각보다 좁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위해 다리 한복판에 오랫동안 멈춰 서 있으면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통행에 큰 방해가 됩니다.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한적하게 다리를 둘러보고 싶다면, 단체 관광객이 몰려오기 전인 오전 8시 이전이나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밤이 되면 다리와 수탑에 주황색 조명이 켜지면서 강물에 반사되는데, 이 야경 역시 낮과는 또 다른 은은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므로 저녁 산책 코스로도 매우 훌륭합니다. 다리 중간에 연결된 8각 수탑은 과거에 감옥이나 보물창고, 고문실 등으로 사용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인데, 지금은 내부 공간이 매우 협소한 기념품 가게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가 너무 좁아 제대로 물건을 구경하기 힘들므로 기념품 구매는 카펠교 건너 구시가지 상점가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마지막으로 카펠교의 전체 모습과 수탑을 한 구도에 예쁘게 담고 싶다면 다리 위에서 찍기보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조금 떨어진 곳이나 바로 옆에 있는 현대식 다리인 '제브뤼케(Seebrücke)' 위에서 바라보는 구도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 없는 명당 포토존입니다.
빈사의 사자상 관람 및 주차 팁, 슬픈 역사를 품은 조각
카펠교에서 구시가지의 고즈넉한 골목길을 따라 북쪽으로 약 10분 정도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작은 공원 안쪽 연못 뒤편의 자연 암벽에 웅장하게 조각된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을 마주하게 됩니다. 창에 맞아 피를 흘리며 스위스 국기가 그려진 방패를 안고 죽어가는 사자의 모습을 새긴 이 조각상은,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파리 튈르리 궁전에서 루이 16세와 왕가를 끝까지 지키다가 목숨을 잃은 780여 명의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역사적인 기념비입니다. 당시 가난했던 스위스 민중들이 가족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 용병으로 일하며 목숨을 바쳐 신의를 지켰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이곳을 방문한 뒤 "세계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바위 조각"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실제 암벽 앞에 서서 죽어가는 사자의 섬세한 표정과 근육 묘사를 바라보고 있으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스위스 여행을 렌터카로 진행했기 때문에 이 사자상 주변에 도착했을 때 주차 장소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자상이 있는 공원 바로 옆 도로는 도로가 좁고 주차 가능한 구역이 매우 협소한 데다 단속이 자주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차를 가지고 방문하시는 분들은 괜히 길가 주차 자리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인근에 있는 대형 유료 주차타워인 'City-Parking'이나 기차역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입니다. 또한 빈사의 사자상은 대형 패키지 여행 버스들이 반드시 들르는 필수 코스이기 때문에, 오전 10시만 넘어가도 단체 관광객들로 조용한 공원이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룹니다. 사자상의 슬픈 표정과 공원의 고요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며 인물 사진을 찍고 싶다면, 단체 버스가 오기 전인 아침 8시에서 9시 사이에 가장 먼저 방문하는 일정을 잡는 것이 실전 꿀팁입니다.
무제크 성벽 산책, 도시 전체를 한눈에 담는 전망대
빈사의 사자상을 둘러본 후 언덕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루체른 구시가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옛 방어용 성벽인 '무제크 성벽(Museggmauer)'에 도달하게 됩니다. 14세기인 1386년에 외부 적들의 침입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축조된 이 성벽은, 현재 약 870m 길이의 견고한 돌성벽과 9개의 탑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루체른의 오래된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성벽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개방되어 있는 몇 개의 탑 내부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데,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 볼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특히 9개의 탑 중 가장 오래된 시계탑인 '츠이트 탑(Zyt Turm)' 내부로 들어가면, 수백 년 전 만들어진 거대한 시계의 톱니바퀴와 추들이 실제로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며 돌아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어 매우 신기했습니다.
성벽의 가파른 나무 계단을 차근차근 올라가 꼭대기 전망대에 서면, 왜 이곳을 루체른 최고의 전망 포인트라고 부르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눈앞으로 주황색 기와지붕이 빽빽하게 들어선 루체른 구시가지 전경과 그 뒤로 맑고 푸른 루체른 호수가 펼쳐지며, 호수 너머로는 알프스의 웅장한 봉우리인 필라투스산과 리기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벽으로 올라가는 언덕길과 탑 내부의 나무 계단이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폭이 좁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구두나 슬리퍼보다는 끈이 있는 편안한 운동화를 신어야 이동하기 수월합니다. 또한 무제크 성벽과 탑 내부는 안전 관리 및 눈길 사고 예방을 위해 겨울철에는 문을 닫고 보통 날씨가 따뜻한 4월부터 11월 상순까지만 개방합니다. 따라서 겨울철에 루체른을 여행하시는 분들은 성벽 아래에서 외관만 볼 수 있고 탑 위로 올라갈 수는 없다는 점을 미리 참고하셔서 일정을 짜야 합니다.
[루체른 핵심 명소 이용 및 실전 팁]
| 구분 | 상세 이용 정보 및 실전 팁 |
| 빈사의 사자상 | 입장료 무료, 연중무휴 개방 (아침 일찍 방문 시 단체 관광객 피할 수 있음) |
| 무제크 성벽 | 관람료 무료, 여름철(4월~11월)만 내부 및 탑 개방, 경사가 가파르므로 운동화 필수 |
| 주차 및 이동 | 시내 도로 주차 어려움, 'City-Parking' 또는 기차역 지하 유료 주차장 이용 권장 |
제가 여행을 하던 시기에는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스위스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 음악가들과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알펜호른 연주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신이 나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이 아직도 루체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역사 유적과 살아있는 일상이 섞여 있는 그 순간이 루체른만의 진짜 색깔이라고 느꼈습니다.
루체른의 주요 명소들은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모여 있습니다. 하루를 잘 짜면 카펠교, 빈사의 사자상, 무제크 성벽을 무리 없이 다 둘러볼 수 있습니다. 역사, 풍경, 사람 냄새가 한꺼번에 있는 도시를 찾고 계신다면 루체른은 그 기대를 충분히 넘어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