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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 남서부 스쿠터 여행 (메카키힐, 오롱부칼, 셀롱벨라낙비치)

by unknowntrip 2026. 4. 30.

보통 롬복을 여행하다 보면 롬복의 꾸따 해변, 마달리카가 위치한 롬복 남부 쪽을 많은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합니다. 롬복 셍기기 비치 쪽에서 머물던 저는 너무 유명한 관광지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들을 좋아해서 무작정 구글 맵에서 본 절벽을 보고 롬복 남서부 쪽을 스쿠터를 타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향했던 그곳은 바로 롬복 남서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가 있는 메카키힐이 위치한 곳이었고 그곳을 지나 오롱 부칼 절벽, 셀롱 벨라낙 해변까지 이어지는 이 루트는 계획 없이 떠났기 때문에 오히려 최고의 롬복 여행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메카키 힐

롬복 남서부 드라이브 코스: 메카키 힐

구글맵을 뒤적이다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 무작정 출발했던 그날, 원래 목적지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인부에게 물어보니 통행 자체가 금지된 상태였고, 옆에서 저처럼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외국인 여행객 한 명도 그 자리에서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2시간을 달려온 허탈함을 안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그렇게 다음목적지로 향하던 길이 메카키 힐(Mekaki Hill)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롬복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간이었습니다. 오른편으로 메카키 베이(Mekaki Bay)가 펼쳐지는데, 만 특유의 반달 형태 해안선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입니다. 만으로 이루어진 덕분에 파도가 잔잔하게 가두어지면서 바닷빛이 유독 짙고 투명하게 보입니다.

제가 이 구간을 달릴 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스팔트 노면이 낮 동안 햇볕에 달궈져 있었던 탓인지, 달리는 스쿠터 주변으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습니다. 허리 위로는 빗물이 차갑게 닿고, 발 아래쪽으로는 지열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스쿠터를 타면서 이런 경험도 가능하구나 싶어 멍하니 달렸습니다. 이곳에는 멈추는 곳이 바로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팟이 됩니다. 워낙 험준한 지형 탓에 아직 관광지들로 개발이 되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환상적인 태초의 자연환경이 아름답게 보존되고 있습니다.

롬복 관광 트렌드를 보면, 세코통(Sekotong) 일대 해안 도로 정비 이후 이 구간을 찾는 자유 여행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인도네시아 관광부에 따르면 롬복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발리 대비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가세가 뚜렷하며, 자연 훼손이 덜한 서남부 루트가 대안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출처: 인도네시아 관광부).

단 이곳으로 향할때는 반드시 스쿠터의 기름을 최대한 채우고 출발하셔야 합니다. 주변에서는 주유소 찾기가 매우 힘들며 휘발유를 파는 상점들도 찾기 어렵습니다.

오롱 부칼에서 내려다 본 풍경

현지인들만 오랜시간동안 알고 있던 해안절벽, 오롱 부칼

오롱 부칼은 오랫동안 현지인들만 알던 비밀스러운 장소였습니다. 롬복 서남부의 험준한 지형 덕분에 대규모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고, 덕분에 태초의 거친 해안 절벽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최근 SNS를 통해 '비현실적인 절벽 뷰'로 알려지기 시작한 따끈따끈한 명소입니다.

저는 메카키 힐을 지나서 스쿠터를 타고 신나게 달리다가 하마터면 입구를 그냥 지나칠 뻔했습니다. 이정표도 크지 않고 입구 자체가 너무 소박해서, 마을 청년들이 단체로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아, 여기구나' 알아챘을 정도였습니다. 주차장이 있긴 했지만 비용을 받지 않았고, 매표소도 있었는데 그냥 들어가라고 손짓했습니다. 관광지를 기대하고 갔다면 당황했을 분위기였습니다.

오롱 부칼의 트레킹 구간은 왕복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코스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가벼운 하이킹'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 걸어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경사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구간이 중간중간 나오고, 절벽 바위 위를 걷는 구간에서는 양옆이 낭떠러지에 가깝습니다. 저는 혼자 방문했는데, 미끄러운 바위 구간에서 기본적인 로프 손잡이만 설치되어 있을 뿐 안전시설이 거의 없어서, 혼자라면 사고 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녀오는 동안 단 한 명의 관광객도 만나지를 못했는데 하이킹을 마치고 난 후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야 방문한 세명의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도 전혀 터지지 않으니 이 점도 반드시 감안하셔야 합니다. 하이킹을 하다 보면 목이 매우 마른데 주변에 상점은 입구 쪽을 제외하고는 아예 없기 때문에 반드시 물이나 음료수를 챙기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의 뷰 포인트를 하나씩 지나칠 때마다 달라지는 절벽 풍경은, 잘 다듬어진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감각이었습니다. 파도가 절벽 아래 암초에 부딪치는 소리가 꽤 크게 울렸는데, 거친 파도와 만나면서 독특한 파쇄음을 만들어냅니다. 그 소리가 생각보다 압도적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곳을 자세히 보면은 야생원숭이들도 볼 수 있습니다. 단 소지품 같은 것을 낚아채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롬복 남부 최고의 해변으로 꼽히는 셀롱 벨라낙 비치 (Selong Belanak Beach), 초보 서퍼들의 천국

롬복 남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히는 셀롱 벨라낙은 과거에는 작은 어촌 마을이었으나, 파도가 일정하고 부드러워 초보자들이 서핑을 배우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지며 세계적인 서핑 스폿으로 거듭났습니다.

이제는 '인생 서핑 샷'을 남길 수 있는 화보 촬영지로 평가받습니다. 해변의 모래가 워낙 고와서 밀가루 같다는 평이 지배적이며, 가족 단위 여행객부터 혼자 여행하는 서퍼들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장소입니다.

셀롱 벨라낙 비치(Selong Belanak Beach)는 앞서 두 곳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관광객이들 수십 명씩 있었고, 서핑 강습 샵들과 식당들이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었습니다. 해변의 모래는 말 그대로 고운 입자였습니다. 이런 해변은 넘어져도 다칠 위험이 적어 서핑 입문자에게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으며, 실제로 해당 해변의 파도 주기와 수심이 초보 서퍼에게 적합한 조건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Surfline).

발리의 유명 비치들과 비교하면 셀롱 벨라낙은 훨씬 한산하고 느린 공기가 흐릅니다. 파라솔 아래 앉아 과일주스를 마시며 모래사장을 바라보던 그 한 시간이, 이번 2박 3일 여행에서 유일하게 아무 생각 없이 머리의 스위치를 끄고 쉰 시간이었습니다. 고운 모래밭에서 강아지들이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뛰어놀고 서핑초보들이 강습을 받고 친구들끼리 공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단 하나 아쉬웠던 것은 주스를 시키고 파라솔 아래 앉아 한 시간 정도 쉬었는데, 나중에 남성 한 명이 다가와 파라솔 이용료를 따로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식당 파라솔인 줄 알았는데, 별도로 운영되는 유료 파라솔이었던 것입니다. 이 부분을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길게 있지도 않고 1시간 정도만 쉬러 왔는데 솔직히 주스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니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비치 입구에서는 스쿠터 주차비도 별도로 납부해야 합니다.

또한 이곳은 일몰명소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저는 2시간 넘게 스쿠터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어야 했고 밤늦게 이동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되어서 안타깝게도 일몰이 지기 전에 그곳을 나와 숙소로 향하느라 일몰은 보지 못했습니다. 발리의 꾸따비치와 비교하자면 백사장도 훨씬 넓고 깨끗한데 관광객은 1/10도 훨씬 안되기 때문에 정말 한적하고 여유로운 비치입니다. 롬복을 방문하신다면 이곳을 꼭 들려보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가 스쿠터로 즐긴 롬복 남서부 루트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획된 코스가 아니었습니다. 막힌 길에서 어쩔 수 없이 방향을 틀었고, 그 우회로가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섬세하게 개발된 여행지보다 조금 거칠고 불편해도 괜찮다면, 이 루트는 롬복에서 가장 솔직한 풍경을 보여줄 것입니다. 단 대중교통으로는 방문하기 힘들기 때문에 스쿠터로 접근하셔야 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스쿠터여행은 분명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남들이 모두 똑같이 즐기는 여행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여행을 즐기는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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