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홀에서 폭포 다이빙도 해보고, 스노클링도 해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오히려 가장 조용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로복강(Loboc River)에서 패들보드 하나에 몸을 싣고 어둠 속을 패들링 했던 그 시간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단순히 패들보트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패들링의 목적지에는 바로 수많은 반딧불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반딧불이를 보겠다고 칠흑 같은 강 한복판에 서 있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좀 웃겼지만, 그 경험은 보홀에서의 최고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보홀으로 여행 간다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로복강 반딧불이 투어 - 일반 보트 투어와 스탠드업 패들보드 투어
로복강 반딧불이 투어를 검색하면 크루즈 투어나 보트 투어가 훨씬 많이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보트 투어로도 충분히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르신들이나 어린아이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저는 스탠드업 패들보드 투어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스탠드업 패들보드는 서서 노를 젓는 액티비티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 들으면 생소하지만, 쉽게 말해 평평한 보드 위에 서거나 앉아서 노를 젓는 방식으로, 모터 없이 오로지 팔 힘으로 이동합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보트나 크루즈는 엔진 소리가 사방을 채우지만, 패들보드는 물결 소리와 정글의 풀벌레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자연에 직접 걸어 들어가는 감각이랄까, 그 몰입감은 배 위에서 관람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로복강 반딧불이 투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생물발광(bioluminescence) 현상으로 유명한 반딧불이 군집 때문입니다. 여기서 생물발광이란 생물체가 체내 화학반응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현상으로, 반딧불이의 경우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해 빛을 만들어냅니다. 특정 나무 한 그루에 수천 마리가 모여 동시에 점멸하는 장면은, 인공조명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도시에 살면서 솔직히 반딧불이에 대해서 들은적은 있지만 이렇게나 많은 반딧불이들을 만나기란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는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반딧불이들을 볼 수 있고 패들보드 액티비티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예약부터 현장 도착까지, 그리고 준비물
일반적으로 클룩(Klook)을 통해 예약하면 많은 액티비티들이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제가 클룩으로 예약했던 업체는 픽업 서비스가 별도로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투어만 제공되는 상품이었습니다. 저는 보홀 시내와 로복강 중간정도 위치에 있는 숙소에 머물렀었고 스쿠터로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예약을 하는데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로복강은 보홀 시내나 팡라오 지역에서 스쿠터로 최소 30분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만약 대중교통이나 개인 이동 수단이 없다면 택시를 별도로 잡아야 합니다. 아니면 아예 로복강 쪽에서 머무르는 여행객들도 많았습니다. 그 근처에서 머무르시면서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여행사를 통하면 픽업 서비스를 포함한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그만큼 가격이 올라갑니다. 인당 23,000원 수준인 클룩 가격과 비교하면 체감 차이가 납니다. 이동 수단이 불확실하다면 여행사 패키지가 낫고, 렌트 스쿠터가 있다면 클룩 예약이 가성비 면에서 유리합니다.
투어 준비물로 특히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마트폰용 방수 팩: 패들링 중 강에 빠뜨릴 위험이 있어 필수입니다
- 드라이핏 소재 긴팔 또는 래쉬가드: 밤 기온 대비 및 모기 차단 목적
- 천연 성분 바르는 모기 기피제: 반딧불이와 생태계 보호를 위해 화학 성분 제품은 자제
- 발이 미끄럽지 않은 아쿠아슈즈: 하선 지점 강변 대비

스탠드업 패들보트 투어 솔직후기
투어 시작 약 30분 전에 도착하면 라커 키를 받아 짐을 맡길 수 있습니다. 이후 다른 참가자들이 모이면, 키에 맞는 패들(paddle, 노)을 한 자루씩 지급받습니다. 제가 참여한 그룹은 총 10명 내외였고, 앞뒤로 안전요원이 한 명씩 배치되었습니다.
출발 전 진행되는 안전 브리핑(safety briefing)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안전 브리핑이란 수상 활동 전에 진행하는 필수 안전 교육으로, 패들링 자세, 기립 방법, 낙수 시 대처법 등을 포함합니다. 초보자라도 이 교육만 집중해서 들으면 금방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일어서려 하기보다 무릎을 꿇고 앉아 균형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어두워지기 전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양쪽 수풀과 강변 경치를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패들링을 합니다. 중간에 야생원숭이가 나타나기도 해서 분위기가 꽤 활기찼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앞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됩니다. 각자에게 헤드램프가 하나씩 지급되는데, 이걸 켜고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계속 패들링하는 과정이 묘하게 긴장되면서도 설레었습니다.
로복강은 규모가 꽤 있는 강으로, 크루즈와 어부들의 어선도 수시로 지나다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들보트 투어 중에는 항상 진행 방향 우측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도 모르게 강 중앙으로 흘러들어 가면 앞뒤에 배치된 안전요원들이 즉시 안쪽으로 소리쳐 유도합니다. 이 점은 투어 내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패들보드, 카약, 크루즈, 보트 등 다양한 투어 참가자들이 특정 나무 하나를 향해 모여듭니다. 그 나무가 바로 반딧불이들의 집결지입니다. 반딧불이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냥 한두 마리 반짝이는 수준 아니냐"라고 묻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동 중에는 아주 가끔 한두 마리가 보이는 정도지만, 목적지 나무에 가까워지는 순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반딧불이가 일제히 점멸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반딧불이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 하던 기억이 있는 저에게는 그 광경이 충분히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반딧불이를 찍겠다고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결과물은 검은 배경에 먼지 묻은 듯한 사진들뿐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방수 팩 안에 들어가 있으니 선명도 자체가 떨어지고, 야간 모드(Night Mode)로 노출 시간을 길게 잡아봤지만 손 떨림과 패들보드의 흔들림이 겹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야간 모드란 스마트폰 카메라가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합성해 밝고 선명한 사진을 만들어내는 촬영 기능입니다.
반딧불이는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플래시는 절대 켜면 안 됩니다. 이건 단순한 에티켓이 아니라 생태 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전 세계 반딧불이 종의 약 3분의 1 이상이 서식지 파괴와 빛 공해로 인해 개체 수 감소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출처: IUCN). 보홀의 로복강 생태계가 오래도록 유지되려면 방문객 한 명 한 명의 작은 배려가 쌓여야 합니다.
관람 시간은 약 20~30분 정도입니다. 이후 다시 20분 정도 패들링을 해서 중간 지점에서 하선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하선 지점의 강변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돌이 매우 미끄럽습니다. 조심한다고 해도 미끄러지기 쉬울 만큼 위험했습니다. 하선 시에는 반드시 발 디딤새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내려야 합니다.
보홀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로복강 반딧불이 투어는 연중 운영되지만, 건기에 해당하는 12월에서 5월 사이가 날씨와 시야 모두 가장 안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Bohol Tourism).
결국 반딧불이가 빛나는 그 순간은 사진이 아니라 눈으로 담아야 하는 경험입니다. 2시간짜리 투어치고 인당 23,000원이라는 가격은 솔직히 이 경험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보홀에 가서 뭘 할지 고민 중이라면, 저는 이 투어를 가장 먼저 예약 목록에 넣을 것을 권합니다. 단, 이동 수단을 미리 확인하고, 하선 지점 발판에 주의하는 것, 이 두 가지는 꼭 기억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