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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브루넨 마을 (슈타우바흐폭포, 뮈렌, 케이블카)

by unknowntrip 2026. 4. 25.

스위스 융프라우를 두 번이나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가보지 못했던 곳이 있습니다. 그곳을 방문하지 않았던 것이 아직까지 후회로 남아있습니다. 바로 쉴트호른으로 향하는 관문인 뮈렌입니다. 뮈렌은 라우터브루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닿을 수 있는 절벽마을입니다. 직접 발로 여행을 했던 라우터브루넨과 결국 가보지 못했던 마을인 뮈렌, 이 두 마을은 융프라우 지역 여행에서 절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슈타우바흐 폭포

절벽이 만든 마을, 슈타우바흐폭포로 유명한 라우터브루넨

라우터브루넨에 처음 내렸을 때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그린델발트와 비교하면 관광객이 확연히 적고, 차가 다니긴 하지만 마을 전체가 조용한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벵겐(Wengen)에 숙소를 잡고 시간이 남아서 가장 가까운 라우터브루넨으로 내려가서 산책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더 선호하는 벵겐을 다녀온 후에 라우터브루넨을 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아쉬웠습니다.

라우터브루넨은 U자형 빙하 계곡(glacial trough)의 바닥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빙하 계곡은 수만 년 전 거대한 빙하가 암반을 깎으며 이동해 형성된 지형으로, 양 옆 절벽이 수직에 가깝게 솟아오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라우터브루넨의 절벽은 평균 300m에 500m 높이에 달하는데, 마을의 낮은 나무 샬레(Chalet)들과 이 수직의 벽이 대조를 이루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단연 슈타우바흐 폭포(Staubbach Falls)입니다. 처음 산악열차를 타고 라우터브루넨을 지날 때 보았고 벵겐에서 바라봤을 때, 그리고 폭포 바로 아래에서 물줄기를 맞으며 올려다봤을 때는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제가 여행을 하던 날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폭포 아래 직접 섰을 때 물 입자가 바람을 따라 흩어지며 얼굴과 옷을 적시던 순간은절대로 잊을 수 없습니다. 유럽 배낭여행자들은 대부분 우산을 쓰지 않고 다니기 때문에 저도 우비 하나만 챙겨입고 갔는데 어느덧 빗물을 옷을 적시고 있었고 폭포 아래에서는 그냥 우비를 벗고 어린아이처럼 물을 맞았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모르는 분들이 꽤 많은데, 폭포 바로 아래에는 절벽 안쪽으로 이어지는 터널 산책로가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폭포 안쪽에서 물줄기 너머로 계곡을 바라보는 앵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들어가 보길 정말 잘했습니다. 이 구간은 아는 사람만 아는 포인트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단 터널 산책로는 폭포수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젖어있기 때문에 미끄러짐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라우터브루넨이 그린델발트보다 여행자가 적은 이유는 아마 동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로 올라가는 동쪽 루트는 그린델발트를 거치고, 서쪽 루트는 라우터브루넨을 거칩니다. 그린델발트에는 숙박 옵션도 많고 피르스트(First) 같은 부가 코스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리는 구조입니다. 반면 라우터브루넨은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알프스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터널을 통해 산속에서 내다 본 폭포

차 없는 마을 뮈렌, 쉴트호른으로 향하는 관문

뮈렌(Mürren)은 제가 두 번이나 융프라우 지역을 여행하고도 결국 가지 못한 유일한 마을입니다. 2박 3일 일정에서 벵겐, 멘리헨(Männlichen), 그린델발트, 피르스트(First), 그리고 융프라우요흐까지 소화하다 보면 뮈렌은 항상 마지막 순서로 밀리다가 포기하게 됩니다. 이 후회가 지금도 남아 있어서, 실제로 가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쓰립니다.

뮈렌은 벵겐과 마찬가지로 해발 1,650m에 위치한 카-프리(Car-Free) 마을입니다. 자동차 통행이 완전히 금지된 마을을 의미합니다. 저도 벵겐에서 차 없는 마을이라는 걸 직접 머물면서 체감했는데, 엔진 소리가 없는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은 도시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꽤 낯설고 동시에 편안합니다. 엔진 소리 대신 소들의 워낭소리와 교회의 종소리, 그리고 바람소리가 여행자들을 반겨줍니다. 저같이 도시에서 지친 심신을 힐링하고 싶으시다면 바로 꼭 가셔야 할 마을이 바로 뮈렌, 벵겐입니다.

대부분의 알프스 마을이 산을 올려다봐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뮈렌은 알프스의 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마을 어디서나 고개를 들면 아이거(Eiger), 묀히(Mönch), 융프라우(Jungfrau) 삼형제가 정면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고개를 들고 올려봐야 하는 것이 아닌, 자연과 눈을 맞추는 듯한 평등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뮈렌 위에는 쉴트호른(Schilthorn) 정상이 있습니다. 뮈렌(Mürren)은 쉴트호른(Schilthorn) 정상으로 향하는 관문이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마을이기도 합니다. 007 영화 '여왕 폐하 대작전'의 촬영지로 알려진 피츠 글로리아(Piz Gloria)가 바로 쉴트호른에 위치해 있습니다. 

라우터브루넨에서 뮈렌, 쉴트호른까지 케이블카로 잇는 하늘길

라우터브루넨에서 뮈렌으로 이동할 때는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갈아타야 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코스인데, 케이블카로 수직 절벽을 올라가며 라우터브루넨 마을을 내려다보는 장면은 하이라이트입니다. 융프라우 VIP 패스 소지자라면 이 구간 전체를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2026년 4월에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현재 라우터브루넨-그뤼취알프(Grütschalp) 구간 케이블카가 정기 점검 및 보수 공사로 2026년 4월 13일부터 7월 10일까지 운행이 중단된다고 합니다. 이 기간에는 아래 우회 경로를 이용하면 뮈렌으로 갈 수 있습니다.

  • 라우터브루넨 역 앞에서 141번 우편버스(PostBus) 탑승
  • 슈테첼베르크(Stechelberg) 하행 정류장 하차
  • 뮈렌행 케이블카 환승

이 우회 경로도 VIP 패스로 이용 가능하니 패스 소지자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라우터브루넨 계곡 뷰가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쉴트호른은 VIP 패스에 포함되지 않아 현장에서 별도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이게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만약 쉴트호른도 vip 패스에 포함이 되었다면 저는 반드시 뮈렌에서 1박을 하고 쉴트호른을 여행했을 것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운영사가 달라서 쉴트호른으로 가는 티켓이 포함이 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스위스패스 소지자에게 매표소에서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패스를 제시하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두 번이나 이 지역에 왔는데도 쉴트호른을 오르지 못한 것은 지금도 가장 큰 후회 중 하나입니다. 어렵게 라우터브루넨까지 갔다면 뮈렌을 거쳐 쉴트호른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을 강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스위스 연방철도(SBB) 공식 자료에 따르면, 융프라우 지역은 연간 약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알프스의 핵심 관광 거점입니다(출처: 스위스 연방철도(SBB)). 그만큼 성수기에는 동선 계획이 중요한데, 라우터브루넨-뮈렌-쉴트호른으로 이어지는 서쪽 루트는 하루를 통째로 배분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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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그린델발트보다는 라우터브루넨, 벵겐, 뮈렌 쪽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경험상 이 세 마을은 규모도 작고 관광객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알프스 본래의 고요함을 느끼기에 훨씬 적합합니다.

융프라우 지역을 2박 3일로 여행할 계획이라면, 뮈렌과 쉴트호른은 독립된 하루 일정으로 반드시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두 번을 가고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으려면, 일정을 계획할 때부터 이 루트를 먼저 넣어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라우터브루넨의 슈타우바흐 폭포 터널 산책로와 뮈렌의 카-프리 골목, 그리고 쉴트호른 정상의 360도 파노라마까지, 이 세 곳을 하루에 묶어 경험할 수 있다면 스위스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하루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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