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남부의 보석이라 불리는 끄라비(Krabi)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레일레이(Railay)입니다. 먼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깎아지른 듯한 석회암 절벽에 가로막혀 육로로는 갈 수 없는 섬 아닌 섬이라는 점입니다. 오직 인근 해변에서 롱테일 보트를 타고 들어가야만 닿을 수 있는 이 고립된 낙원은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태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해변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레일레이 들어가는 법, 선착장 선택
레일레이는 육지에 붙어 있으면서도 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독특한 지형입니다. 험준한 카르스트 지형, 즉 석회암이 오랜 세월 빗물에 녹아 형성된 깎아지른 절벽이 사방을 막고 있어서, 오직 롱테일 보트로만 진입할 수 있습니다. 출발지는 보통 두 곳입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아오낭(Ao Nang) 비치와, 조금 외곽에 위치한 아오남마오(Ao Nam Mao) 선착장입니다. 저는 아오남마오를 이용했는데, 이 선택이 꽤 현명했다고 봅니다. 아오낭 쪽은 배에서 내릴 때 해수면에 발을 담가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오남마오에서 출발하면 레일레이 동쪽에 고정된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 쉽게 말해 물 위에 띄워놓은 간이 부두로 연결되기 때문에 물에 젖지 않고 상륙할 수 있습니다. 짐이 많거나 비가 오는 우기라면 아오남마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8~10명이 모이면 출발하는 합승 방식이며, 소요 시간은 약 15분정도 입니다. 아오남마오 선착장 바로 앞에는 현지 여행사가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레일레이 입도 티켓과 다음 날 피피섬(Phi Phi Island)으로 이동하는 배편까지 한 번에 구입했습니다. 동쪽 레일레이 선착장에서 피피섬행 배를 운항하는 회사가 여럿인데, 티켓에 적힌 회사 이름을 확인하고 해당 보트를 찾아 타면 됩니다. 한 장소에서 경유지와 다음 목적지를 함께 해결할 수 있으니, 일정이 빡빡한 여행자라면 이 방식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암벽 등반부터 신비로운 숨은 라군까지, 프라낭 라군

모험가들만의 비밀 장소, 프라낭 라군(Phra Nang Lagoon)
제가 레일레이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단연 프라낭 라군(Phra Nang Lagoon)이었습니다. SNS에 떠도는 그 사진, 붉은 카르스트 절벽 사이로 고요하게 고인 에메랄드빛 물, 누가 봐도 한 번쯤 가보고 싶어지는 풍경입니다.
문제는 접근 루트였습니다. 라군으로 가려면 먼저 이스트 레일레이 뷰포인트(East Railay Viewpoint)로 향하는 언덕을 타고 올라간 뒤, 반대편으로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우기였는데, 길이 완전히 물에 젖은 황톳길로 변해 있었습니다. 밧줄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경사각이 상당히 크고 땅이 진흙처럼 미끄러워서 밧줄을 잡지 않으면 그냥 미끄러집니다. 더 큰 문제는 제가 슬리퍼를 신고 올라갔다는 겁니다. 뷰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슬리퍼 밑창이 거의 분리 직전이었습니다. 라군까지 가려면 올라온 경사를 그대로 반대편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 상태에서 무리해서 내려갔다간 진짜 사고가 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라군을 포기하고 내려왔습니다. 아쉽지만 솔직히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레일 난이도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이 루트는 건기 기준으로도 쉽지 않은 편입니다. 트레일 등급이란 지형의 험준함과 미끄러움, 고도 변화 등을 종합해 난이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레일레이 라군 루트는 우기에는 비공식 등급으로도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해당합니다. 태국 관광청(TAT) 공식 안내에서도 우기 중 무리한 트레킹은 자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태국 관광청).
전 세계 클라이머들의 성지, 암벽 등반(Rock Climbing)
레일레이를 상징하는 거대한 석회암 절벽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모두를 수용하는 수백 개의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장비를 챙겨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현지에서 운영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면 전문 가이드의 안전 교육과 함께 모든 장비를 대여해 주니까요. 수직의 벽을 타고 올라가 마주하는 안다만해의 파노라마 뷰는, 지상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신비로운 전설의 시작, 프라낭 해변과 공주 동굴(Phra Nang Cave)
레일레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프라낭 비치 끝자락에는 아주 독특한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주 동굴'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이곳은 현지 어부들이 항해의 안전과 풍요를 빌며 바친 붉은 조각상들이 가득해 묘하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투명한 바다와 거대한 종유석 동굴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풍경은 레일리 여행에서 반드시 남겨야 할 '인생 사진' 데이터의 일순위가 될 것입니다.
동쪽과 서쪽, 숙소예약팁과 클라이밍
레일레이는 동쪽(East Railay)과 서쪽(West Railay)으로 나뉩니다. 도보로 10~15분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두 곳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서쪽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태국 해변의 정석에 가깝습니다. 백사장이 곱고, 수심이 얕으며, 해 질 녘 일몰 뷰가 압도적입니다. 고급 리조트들이 몰려 있고 가격도 그에 걸맞습니다. 반면 동쪽은 맹그로브 갯벌이 발달해 있어 수영은 어렵지만,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식당, 바(Bar)가 밀집해 있어 밤 분위기가 활기찹니다.ㅜ숙소 예산이 넉넉하다면 서쪽에, 가성비와 활기찬 저녁을 원한다면 동쪽에 숙소를 잡는 것이 전략적입니다. 몇몇 숙소의 경우, 특히 언덕위에 위치한 숙소는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꽤 있습니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뷰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어느 쪽에 묵더라도 두 해변 사이를 잇는 좁은 골목들을 탐험하며 만나는 원숭이들과 이색적인 풍경은 레일리 여행의 덤입니다.일반적으로 레일레이는 1박 2일이면 주요 스폿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이 말은 맞습니다. 암벽 등반(rock climbing)까지 하루 일정에 넣고 싶다면 당일치기보다는 1박을 추천합니다. 암벽 등반이란 전문 장비와 확보 시스템을 사용해 수직 암벽을 오르는 스포츠로, 레일레이에는 초보자용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업체가 여러 곳 있습니다.ㅜ레일레이는 세계적인 클라이밍 성지로도 유명합니다. 국제 암벽 등반 전문지 클라이밍 매거진(Climbing Magazine)에서도 레일레이를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클라이밍 목적지 중 하나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출처: Climbing Magazine).
레일레이는 크게 보면 아담한 낙원이지만, 준비 없이 갔다간 아쉬움이 남는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우기라면 프라낭라군 트레킹 신발을 반드시 챙기고, 아오남마오 선착장을 적극 활용하시길 권합니다. 레일레이를 기점으로 피피섬이나 코란타(Ko Lanta)로 이동하는 배편도 현지에서 쉽게 연계할 수 있으니, 남부 태국 여행 동선을 짜는 분들께 좋은 경유지가 될 것입니다.